‘晝耕夜拳’ 불혹챔프…정경석씨 최고령 한국챔프 등극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46분


40세에 프로복싱 한국챔피언에 오른 정경석씨. 정씨는 경기가 끝난 뒤 관중에게 큰절을 하며 기쁨을 표시했다. -권주훈기자
40세에 프로복싱 한국챔피언에 오른 정경석씨. 정씨는 경기가 끝난 뒤 관중에게 큰절을 하며 기쁨을 표시했다. -권주훈기자
“못 이룬 꿈 때문에 뒤늦게 다시 시작한 복싱이었어요. 챔피언이 되자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프로복싱 역대 최고령 한국챔피언이 탄생했다. 올해 40세인 정경석씨. 정씨는 7일 대구 동구문화회관에서 열린 슈퍼라이트급 한국챔피언 결정전에서 16세 아래인 김용성에게 3-0 심판전원일치의 판정승을 거뒀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정씨는 17세 때 무작정 상경해 챔피언의 꿈을 안고 복싱을 시작했다. 낮에는 중국 음식점 배달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샌드백을 쳤다. 그러나 12남매의 장남인 그에겐 돈 안 되는 복싱보다 동생들과 함께 먹고사는 일이 더 급했고 결국 2년 만에 챔피언의 꿈을 접었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모았습니다. 9년 전에는 경북 경산에 꽤 큰 중국 음식점을 냈어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니까 다시 복싱 생각이 나더라고요.”

38세 때인 2002년 정씨는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프로복싱 신인왕전에 출전했다. 결과는 슈퍼라이트급 준우승. “챔피언이 되는 순간 가난한 시절에 복싱하며 서러웠던 일, 늦은 나이에 무슨 짓이냐는 주위사람들의 손가락질, 운동하면서 돈 버느라 겪은 고초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더라고요. 그래서 관중 앞에서 어린애처럼 펑펑 울었어요. 챔피언의 꿈을 이뤘으니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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