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타계]20세기 미국의 우상 역사속에 지다

  • 입력 2004년 6월 6일 19시 06분


1987년 12월 미국을 방문한 미하일 고르바초프소련 대통령(왼쪽)을 백악관으로 안내하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 부르며 압박해 결국 소련 붕괴의 계기를 만들었다.-로이터 뉴시스
1987년 12월 미국을 방문한 미하일 고르바초프소련 대통령(왼쪽)을 백악관으로 안내하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 부르며 압박해 결국 소련 붕괴의 계기를 만들었다.-로이터 뉴시스
8년의 임기를 마친 뒤 “이제 내 인생의 황혼으로 여행을 시작한다”고 작별인사를 했던 로널드 레이건 제40대 미국 대통령이 긴 여행 끝에 5일 마침내 영면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전기작가 페기 누난은 그를 “비전을 실천에 옮긴 용기와 낙관, 그리고 통솔력의 소유자”로 평가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위대한 전달자(Great Communicator)’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화술과 설득력으로 미 국민과 세계를 설득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공화당 개혁에 성공해 ‘공화당원의 우상’으로도 불렸다.

▽냉전의 화신이 냉전 와해시켜=레이건 전 대통령은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일본 총리와 함께 ‘보수의 시대’로 불린 80년대를 이끌었다.

정계 진출 전인 1959년 한 행사장에서 동료 메릴린 먼로와 환담하고 있는 배우 레이건.

철저한 반공주의자인 그는 1983년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부를 정도로 ‘냉전의 화신’이었다. 역설적이지만 바로 이런 그의 정치이념이 냉전 체제를 와해시켜 미국을 세계 유일 강대국으로 부상시켰다.

그는 재임기간 중 특히 소련을 상대로 무한대의 군비 경쟁을 벌였다. 소련은 ‘별들의 전쟁’으로 불린 레이건 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을 따라잡으려다 힘이 소진돼 오히려 붕괴의 길을 걸었다. 그는 또 1987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에게 “장벽을 허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주류인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자)’들이 떠받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 네오콘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진 커크 패트릭 전 유엔 주재 대사, 리처드 펄 전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등 상당수가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에 입각했다.

1981년 1월 20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 선서를 지켜보고 있는 부인 낸시 레이건.

▽퇴임 뒤 빛 본 레이거노믹스=레이건 전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 있어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고 문제 자체”라고 역설할 정도로 큰 정부에 반대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

또 세금 감면 등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면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그의 ‘레이거노믹스’는 당시 영국 대처 총리의 ‘대처리즘’과 더불어 신자유주의 경제의 밑거름이 됐다.

취임 초기에 기록적인 실업률과 불황으로 ‘레이거노믹스’는 비판받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의회를 설득해 세금감면법을 통과시키고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했다. 결국 레이거노믹스는 80년대 중반부터 효과를 보기 시작했으며 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활짝 꽃을 피웠다.

1981년 3월 30일 레이건 대통령은 워싱턴의 힐튼호텔을 나서다 존 힝클리라는 정신병자가 쏜 총탄을 맞았지만 70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임기 말에는 과도한 국방비 지출 등으로 재정적자가 3배로 늘어나기도 했다.

▽테러와 전쟁은 실패=레이건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베이루트 해병대사령부에 테러가 발생, 241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테러가 잇따랐다. 특히 그는 86년 ‘이란 콘트라 게이트’가 터지면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깨고 레바논에 444일 동안 인질로 잡혀 있는 미국인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이란에 무기를 파는 등 비밀협상을 벌였다. 또 그 무기 판매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합법 공산정권인 산디니스타 정부에 맞서는 콘트라 반군을 비밀리 지원해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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