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축구공을]부산실버축구단 회원 50만원 기탁

  • 입력 2004년 3월 26일 17시 58분


26일 오전 7시 부산 남구 용당동에 있는 부경대 용당캠퍼스. 흰색과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할아버지 50여명이 파이팅을 외치며 축구공을 따라 운동장을 누비고 있었다. 청백팀으로 나뉘어 열린 이날 경기는 2 대 2 무승부.

경기가 끝나자 양 팀 선수들은 “수고했다”며 서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고 손을 맞잡기도 했다. 이들은 60세 이상으로 이뤄진 ‘부산실버축구단’ 회원들. 이 축구단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팀워크와 동료애.

이들은 이날 경기에 앞서 이라크에 축구공 보내기 운동 성금으로 1인당 1만원씩 모두 50만원을 즉석에서 거둬 “이라크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마음을 전달해 달라”는 사연과 함께 본보에 기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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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실버축구단은 1987년 19명으로 출발한 ‘부산노장축구동호회’가 시초. 현재의 이름은 1999년에 지었다.

3년째 단장을 맡고 있는 심재덕(沈在德·69·송학제지 회장)씨는 “개인기보다 서로 힘을 보태면 젊은 팀도 무섭지 않지. 세상살이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서로 돕다보면 미움도 사랑으로 변하는 법이야”라며 자신의 ‘축구 철학’을 설명했다.

이들이 그동안 거둔 축구성적은 화려하다. 1994년부터 전국실버축구대회 3차례 우승, 문화관광부장관배 쟁탈 전국대회 노장부 우승 등 우승만 10여 차례에 이른다. 일본 실버축구팀과 해마다 교류전도 갖고 있으며, 유명 여자축구팀이나 중고교축구팀과도 종종 친선경기를 벌인다.

지난해에는 회원이 68명으로 늘어나면서 70세 이상은 골드회, 60세 이상 70세 미만은 실버회로 팀을 둘로 나눴다. 회원은 전직 택시운전사 교사 공무원, 현직 목사, 자영업체 사장 등 다양하다.

자녀들에게서 받는 용돈이나 연금을 아껴 한 달에 1만원씩 회비를 내 일주일에 세 차례 청팀 백팀, 실버팀 골드팀으로 나눠 경기를 갖고 체력을 다진다.

축구단의 살림을 맡고 있는 박덕광(朴德光·64) 총무는 “우리 회원들의 축구사랑 정신이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라크에 전달돼 평화를 꽃피우는 씨앗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부산실버축구단 회원들은 “이라크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마음을 전달해 달라”며 희망의 축구공 보내기 운동에 동참했다. -부산=최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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