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식 감사원장 내정]인수위 출신… 또 ‘코드人事’ 논란

  • 입력 2003년 8월 25일 18시 35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5일 신임 감사원장에 교수 출신의 윤성식(尹聖植) 고려대 교수를 내정한 것은 핵심 권력기관의 수장에 학자 출신을 발탁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윤 내정자는 공직활동 경험이 거의 없는 데다 노 대통령의 대선 자문교수단 출신이어서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교수 출신 파격 발탁 배경=청와대는 감사원장 후보로 막판까지 법조인 명망가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색이 없는 학자 출신을 발탁할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법조계 출신으로는 이용훈(李容勳) 홍성우(洪性宇) 조준희(趙準熙) 변호사 등이 5배수 검증대상에 포함됐고, 학자 출신으로는 윤 교수 외에 박세일(朴世逸) 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가 거론됐다.

청와대는 14일부터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모두 4차례에 걸쳐 인사추천위원회 회의를 가졌다는 후문이다. 막판까지도 법조인과 학자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은 감사원 기능을 아무리 정책감사 위주로 바꾼다고 해도 인사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백면서생(白面書生)’인 교수 출신보다는 중량감 있는 법조인이 낫다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감사원의 기능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만큼 감사원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윤 교수가 적임이라는 의견이 결국 우세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교수 출신이라 내부 조직 장악력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감사원 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윤 교수를 선택하는 게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그의 저서인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에서 정부개혁론을 주창했으며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노 대통령의 국가개조론은 그의 책에 영향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金秉準)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감사원이 바뀌지 않으면 정부 행정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개혁방향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윤 교수가 개혁에 적극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코드 인사’ 논란과 정치권 반응=윤 교수의 발탁은 정치권 안팎에서 새 정부의 협소한 ‘인재풀’이라는 한계와 ‘코드’ 정치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30명의 인재풀로 시작된 감사원장 후보에 최종적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 발탁된 것은 노 대통령이 또 한번 ‘코드 중시’형 발탁인사를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의외의 인물”이라며 인사 배경을 탐문했다.

홍사덕(洪思德) 총무는 “당내에서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우선 상황을 파악해본 뒤 청문회 대책과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공식적으로 환영논평이 나왔지만, 일부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내정자는 폭넓은 식견과 전문성 개혁성 도덕성을 바탕으로 감사원장으로서의 직무를 훌륭히 소화해낼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법사위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윤 내정자가 평소 주장해온 정책 감사 중심의 ‘새로운 감사원’이 감사원의 헌법상 고유기능인 ‘직무감찰’ 등을 소홀케 하는 위헌적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국가개조론 특강과 윤성식 교수의 정부개혁 저서 비교
항목노 대통령의 특강윤 교수의 저서
작은 정부론 -작은 정부를 하지 않을 것이고, 공무원 잘라내는 것을 개혁의 제1위로 삼지 않겠다.-맹목적인 작은 정부 추구는 실적위주의 정부개혁과 맞물려 매우 불합리한 (공무원) 인원 감축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문화개혁-근본적인 개혁은 사람의 행동양식을 개혁하 는 것으로 문화개혁을 하겠다. -문화는 지도자에 의해 바꿔질 수 있다. 지도자는 변화를 촉진하는 인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개혁주체조직 양성론-각 부처에 공식 비공식의 개혁 주체 조직을 만들겠다.-각 부처내에 (정부개혁) 특별팀을 구성하는 방법도 있고 공무원 직장협의회의 개혁안 마련 참여도 고려해야 한다.
개혁 네트워크-혁신주체들의 정부 부처 내 횡적 연대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각 부처의 개혁책임자들을 서로 연계하는 총체적인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사원의 역할-앞으로 감사원이 국민의 통치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감사할 것이다. -감사원의 개혁 없이는 정부개혁은 불가능하다. 감사원은 감사기관에서 평가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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