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많아 회개하러 왔습니다"…김태정씨 김수환추기경 예방

  • 입력 2000년 1월 21일 20시 12분


“지은 죄가 많아서 회개하러 왔습니다.”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사건으로 구속됐다 6일 보석으로 풀려난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의 ‘첫 외출’. 김전장관은 21일 오전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자안심) 운동’ 재단 이사장인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을 방문했다. 이날 만남은 김전장관이 검찰총장 재임 때 ‘자안심’운동협의회를 만들어 김추기경에게 재단이사장직을 부탁했던 것이 인연이 돼 이뤄졌다. 김전장관은 현재도 ‘자안심’의 회원.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김추기경 집무실에서 만난 이들은 가볍게 포옹을 한 뒤 환담했다. 김추기경이 먼저 “겨울철이라 고생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전장관은 “죄송합니다. 하나님께서 (구치소에) 보내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며 대답한 뒤 “3일 이상 어디를 가려면 법원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김전장관은 또 “‘자안심’ 운동에 도움을 못 줘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자안심’운동을 위해 강연회와 거리캠페인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전장관은 “추기경님과 함께 공익광고 캠페인에 나가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

김전장관이 낸 성금(1000만원, 금액을 밝히지 말 것을 기자단에 요청했음)을 보고 김추기경이 “수입도 없을텐테…”라고 말하자 김전장관은 “퇴직금에서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전총장은 김추기경의 저서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너희와 모든 일을 위하여’ 등 2권을 받고 집무실을 나선 뒤 “박주선(朴柱宣)전법무비서관과 만났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몇 번 건강 안부를 묻는 통화를 했다”고 짤막하게 답변하고 밝은 표정으로 승용차에 올랐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