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 돕기]법정스님,인세 1천만원 기탁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몇년째 강원도 산골 화전민이 남기고 간 오두막집에 홀로 머물고 있는 법정(法頂)스님이 14일 오후 훌쩍 동아일보를 찾아와 수재의연금 1천만원을 전달하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법정스님은 “유례없는 홍수로 온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마음아프게 생각한다”며 “어려움을 당한 사람을 위해 조금의 정성이라도 보태는 것이 수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의 도리”라고 말했다.

올 여름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심수관전’을 감상하기 위해 잠시 서울에 들른 것을 제외하곤 가급적 바깥 나들이를 하지 않았던 스님은 이날 동아일보에 매달 셋째주 월요일 연재되고 있는 ‘산에는 꽃이 피네’ 이달치 원고를 전달하기 위해 모처럼 서울에 왔다.

회주로 있는 성북동 길상사(吉祥寺)와 ‘맑고 향기롭게’에 잠시 들러 관계자들을 격려한 스님은 때맞춰 두달여전 펴낸 자신의 법문집 ‘산에는 꽃이 피네’(동쪽나라)를 낸 출판사에서 인세를 들고 찾아오자 즉석에서 흔쾌히 이중 일부를 수재의연금으로 기탁하기로 한 것. 시인 류시화가 스님의 법문을 특유의 필치로 정리해낸 이 책은 두달새 20만권이 팔린 올여름 최고의 베스트셀러.

스님은 수재의연금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충정로 동아일보사옥으로 향하면서 ‘맑고 향기롭게’ 관계자들에게 이재민돕기운동에 적극 나서줄 것을 몇번이나 당부했다. “봉사는 최고의 수련”이라는 말과 함께.자신의 거처에도 밭에 물이 들고 길이 패는 등 비피해가 있었고 징검다리가 잠겨 여러날 외부와 고립된 채 갇혀 있었다고 전한 스님은 “산에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인간이 자연 앞에 좀 더 겸허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수재의연금을 낸 스님은 그길로 인근 병원에 들러 이번 수마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한 스님을 위로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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