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정광석감독,「배짱」으로 몰매 모면

  • 입력 1998년 3월 26일 20시 33분


고려대 체육위원회 박한부위원장(53)과 KBS위성TV 농구해설위원인 정광석씨(53). 이들은 고려대 농구부 시절부터 소문난 단짝이었다.

정씨의 키는 1m70. 이에 비해 박부위원장은 1m92로 당시로는 최장신센터. 서로 얘기를 하려면 한 사람은 ‘까치발’을 한 채 고개를 바짝 쳐들어야 하고 한 사람은 무릎을 굽혀야 할 정도. 그런데도 이들은 밤낮없이 붙어다녔다. 오죽하면 캠퍼스에서 붙은 별명이 ‘거꾸리와 장다리’였을까.

박부위원장은 손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솥뚜껑만 하다. 그런데도 ‘딱부리’ 정씨가 한번 눈을 부라리면 꼼짝못했다. 그만큼 정씨의 ‘깡’과 싸움솜씨는 발군이었다.

그의 ‘독기’를 엿볼 수 있는 일화 한토막. 대학에 갓 입학한 65년 봄 정씨는 친구들과 종로2가에서 만나 거나하게 취했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이 동네 ‘주먹’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그만 친구들이 뿔뿔이 달아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주먹들은 정씨를 둘러쌌고 곧 뭇매를 맞을 위급한 순간. 정씨는 일갈과 함께 주먹으로 쇼윈도를 내리쳤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대형 유리창은 박살이 났다. 소동과 함께 경찰이 달려오자 주먹들은 모두 줄행랑.

정씨의 오른쪽 손목엔 지금도 유리창을 깨다 입은 상처자국이 길게 남아 있다. 이 얘기 끝에 박부위원장이 반드시 하는 말. “역시 작은 고추는 매워.”

〈최화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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