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全전대통령 始球에 사인받으려다 『혼쭐』

  • 입력 1998년 3월 18일 19시 55분


국내 프로야구가 출범한 건 군사정권의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있던 82년. 사람들은 군사정권이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고 믿었다.

어쨌든 프로야구는 그렇게 시작됐다. 삼성과 MBC의 개막전이 열렸던 3월27일 서울 동대문구장.

정권의 지대한 관심 덕택(?)에 개막전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삼엄한 경계 속에 전두환전대통령도 참석했다. 그런데 전 전대통령이 시구를 하자 갑자기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졌다.

으레 시구를 하면 포수가 그 공을 들고 가 시구자에게 사인을 받는다. MBC 포수 유승안도 아무 생각없이 공을 잡은 뒤 전전대통령에게 뛰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디선가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몰려나왔다.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유승안을 체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뿐만 아니었다. 더그아웃과 통로 등에 진을 치고 있던 무장 경호원들은 일제히 소총을 뽑아들어 일촉즉발의 위기감까지 조성했다.

이 때문에 화장실에 갔던 MBC 선발투수 이길환은 경호원들이 막아서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심판과 야구 관계자들이 상황을 설명해 더 이상의 불상사는 없었다.

물론 선수들은 경기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지만….

〈김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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