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폐막된 제32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양복 부문 금메달을 따낸 박형철(朴炯澈·43·서울 은평구 신사동)씨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볼펜으로 「여보 고마워」라고 종이에 썼다.
박씨는 전남 신안중에 다닐 때 크게 다쳐 말하고 듣는 능력을 상실한 신체장애자(농아자). 이날 수많은 신체건강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국내 최고의 기능인으로 우뚝서기까지엔 남편의 입과 귀가 되어준 아내의 격려와 믿음이 큰 힘이 됐다.
농아자를 위한 특수학교에 진학할 형편도 못돼 중졸 학력을 끝으로 상경, 양복점 종업원으로 취직해 심부름을 하며 어깨너머로 봉제 기술을 배웠다. 기술이 일취월장하면서 농아자로서의 설움과 주위의 편견도 점차 극복해갔다.
현재 그의 직장은 서울 소공동의 「체스타필드 신사복」. 필담과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해야하지만 박씨나 동료들 누구도 불편을 모른다. 박씨와 5년째 같이 근무하고 있는 재단사 윤춘국(尹春國·42)씨는 『박씨는 워낙 성실하고 기술이 뛰어나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 소감을 묻자 종이에 「장애자인 나 한사람을 믿고 어려움을 견뎌준 아내에게 감사한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나는 세계 최고의 신사복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노력하면 신체적 장애는 이겨낼 수 있고 기술은 영원한 것이다」고 또박또박 적었다.
〈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