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서울금속 나윤환 사장

  • 입력 1997년 7월 7일 08시 20분


『두해전 창업투자회사에서 지분참여하겠다고 찾아왔지만 돌려보냈습니다. 기술개발한다며 몇달씩 공치곤 하는 우리회사의 경영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더군요』 냉간단조(상온에서 두드리거나 찍어내는 금속성형기법)분야에서 국내 최고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금속의 羅潤煥(나윤환·40)사장은 기술 하나로 숱한 고비를 넘겨온 사람. 20여년전 고향의 홀어머니가 상경여비로 쓰라며 꼬깃꼬깃 주머니에 찔러준 지폐 몇장으로 매출 45억원대의 알짜배기 회사를 일궈낸 것도 순전히 그의 「기술사냥」욕심 때문에 가능했다. 나사장이 금속과 인연을 맺은 것은 70년대 중반 서울 구로동의 한 금속회사에서 「재료굴리기」를 배우면서부터. 무거운 쇳덩이가 작업대에서 떨어지면 제 위치로 올려놓는, 기술같지도 않은 단순작업이었지만 쇳덩이들이 복잡한 기계를 거쳐 산뜻하게 모양을 갖춰가는 것이 신기했다. 쥐꼬리만한 봉급을 모아 79년 겨울 동생 潤龍(윤용·37)씨와 함께 자그마한 창고를 빌려 스크루를 만들었다. 그러다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쓰라린 경험을 몇차례 맛본 뒤 대기업을 상대하기로 결심한다. 절삭가공만 해온 전자부품들을 냉간단조술로 찍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81년 10월부터 꼬박 두달동안 공장에서 숙식한 끝에 한국마벨(한솔전자 전신)이 주문한 트리밍샤프트(주파수조정용 전자부품)를 냉간단조술로 만들었다.0.8㎜ 초소형스크루 VTR데크샤프트 등도 3,4년 간격으로 개발했다. 최근엔 가공성이 좋지않은 스테인리스도 나사장의 냉간단조술에 무릎을 꿇었다. 냉간단조술로 만든 제품들은 강도가 높은 반면 단가가 싸 부가가치가 높다. 『회사 수익은 반드시 회사에 재투자한다는 원칙만은 지키고 있습니다』 서울금속에 입사하면 대부분 나사장과 고락을 같이 하는 「공장동료」가 된다. 사장의 재산명세는 물론 회사의 경영실적이 철저히 공개되니 직원들이 그를 믿고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박내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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