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선 6·3 지방선거와 함께 최소 전국 14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이 한창이다. 23일 민주당이 인천 계양을과 연수갑 공천을 확정하는 과정은 마치 군사작전 같았다. 당초 당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략공천관리위원회 회의는 당일 장소를 바꿔 비밀리에 진행했다. 공천 결과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오후 5시 45분까지 ‘철통 보안’이 유지됐다. 당내에선 “생각지 못한 인물을 공천했기 때문”이란 말이 흘러나왔다.
‘생각지 못한 인물’은 연수갑에 공천받은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였다. 당초 친명(친이재명)계 일각에선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을 노리는 정청래 대표가 잠재적 경쟁 후보로 꼽히는 송 전 대표를 공천하지 않거나 험지로 보낼 거란 말이 돌았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인천시장을 지낸 송 전 대표를 연수갑에 배치했다. 이재명 대통령 지역구였던 계양을에는 이 대통령 최측근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을 공천했다. 반청(반정청래) 성향 친명계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정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공천을 8월 전당대회의 전초전으로 보고 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승패보다는 여당 권력지형 향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까지 국민의힘을 앞서는 등 기세를 타면서 민주당은 빠르게 공천을 마무리하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선 지방선거 이후 당권과 2028년 총선을 내다본 물밑 기싸움이 한창이다.
대표적 사례가 경기 재보궐선거 공천이다. 정 대표는 20일 전략공천 기준으로 ‘선당후사’를 강조하며 친노(친노무현) 적자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공천 카드를 띄웠다. 이 전 지사가 높은 지지율에도 강원도지사 후보를 우상호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양보했다는 명분이다. 이 전 지사 출마지로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추미애 의원 지역구인 경기 하남갑이 거론되는 가운데 친명계에선 “명분 없는 공천”이란 반발이 나온다. 정 대표가 8월 연임 도전에 앞서 이 전 지사를 통해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속내가 깔린 것 아니냐는 취지다.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될 지뢰밭도 아직 곳곳에 남아 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출마한 경기 평택을에 정 대표가 어떤 후보를 내느냐, 항소심 유죄 판결 후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안산갑 공천 요구에 정 대표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수면 아래 긴장이 공개 갈등으로 표출될 수 있다.
이번에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국회의원 지역구 14곳 중 13곳은 민주당 지역구다. 16개 광역단체장을 두고 다투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전략공천 잡음으로 지역구 수성에 실패한다면 반쪽짜리 승리에 그칠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이 행정, 입법에 이어 지방 권력을 차지하는 독주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대표가 차기 당권이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재보선 공천 퍼즐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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