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올해부터 ‘15차 5개년(2026∼2030년) 계획’을 시행한다. 올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계획안이 최종 승인될 예정인데, 연초부터 분위기 띄우기에 한창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는 15차 5개년 계획과 관련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과 국내외 학자들의 인터뷰를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중국 주요 지도부 인사들은 각종 경제, 외교, 문화 행사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번 계획에 대한 기대감과 다짐을 강조한다. 중국에서 5개년 계획은 국정 운영의 지침이자 중국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해설서로 여겨진다.
‘질적 성장’ 외친 배경에는 과학기술 굴기
15차 5개년 계획 초안은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을 의미하는 ‘고품질 발전’과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이었다. 초안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내용도 이 부분이었다. 특히 중국은 고품질 발전의 핵심 성장 엔진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해 비중 있게 강조했다.
중국은 2021년 시작한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에서도 7개 주요 과학기술 영역 중 첫 번째로 AI를 선정했다. 중국의 5개년 계획의 주요 목표에 AI가 등장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중국의 AI와 로봇 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양회 업무보고에서 이 계획은 비중 있게 다뤄졌다. 또 관련 내용을 직접 발표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0년간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총리의 결연한 의지는 허언이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미중 무역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중국은 ‘연평균 7% 이상 연구개발(R&D)비 증액’ 목표를 달성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중국 내 AI 기업 수가 6000개를 넘어섰다. 휴머노이드 로봇 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도 140여 개나 된다.
지난해 초 저비용·고성능의 AI 모델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닌 것이다.
中의 다음 스텝은 산업 전반의 AI 상용화
한국도 2020년 빅데이터와 AI,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술 혁신보다는 상대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더 집중했다. 또 정권 교체 등으로 정책의 추진 동력은 유지되기 어려웠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중국은 12위로 한국(15위)을 처음 뛰어넘었다. 특히 AI 관련 특허, 교육·연구 분야에서의 로봇 활용도 등을 포함한 ‘과학적 집중도’에서는 중국이 세계 1위였다.
중국은 이제 AI와 로봇 분야에서 기존의 개발과 연구 단계를 넘어 상용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4차 계획에서는 ‘기술 돌파’를 강조했지만, 15차 계획에서는 ‘산업적 응용’, ‘공정화’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앞으로 AI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 제조, 바이오, 물류 등 산업 전 분야에서 혁신을 가속해 세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늦었고, 성과도 아직은 아쉬운 한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산업적으로 밀접하고, 지리적으도 가깝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AI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이 경험할 제2, 제3의 ‘딥시크 모먼트’의 충격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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