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회사 CEO로 변신한 ‘미녀 골퍼’ 안신애가 자사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안신애 제공
이헌재 스포츠부장‘골퍼’ 안신애(35)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200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빼어난 외모와 세련된 패션 감각을 앞세워 필드를 화려하게 물들였다. 실력도 뒷받침됐다.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이듬해인 2010년에는 2승과 함께 상금랭킹 3위에 올랐다. 2015년에는 메이저대회 KLPGA챔피언십도 제패했다.
2017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진출해서는 ‘안신애 신드롬’을 일으켰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스타성만큼은 최고였다. 대회 때마다 일본 매체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녔다. 안신애는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화보를 찍는 등 최고 스타 대접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그가 방송계에 진출하거나 인기를 이용해 골프 해설과 레슨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안신애의 행보는 여전히 남다르다. 그는 얼마 전 화장품 브랜드 ‘메르베이(MERBEI)’를 론칭하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CEO’라는 세 글자가 박혀 있었다. 안신애는 “어릴 때부터 뷰티나 패션 쪽에 관심이 많았다. 은퇴 후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 생각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왕 사는 인생 멋있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그에게 화장품은 생활필수품이었다. 안신애는 “골프는 모든 종목을 통틀어 선크림을 가장 많이 바르는 종목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일반 제품부터 고가 제품까지 다양하게 써 볼 기회가 있었다”며 “하루에 10번 넘게 내 얼굴로 테스트하면서 만족스러운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에센스, 세럼, 크림, 선크림, 폼클렌저 등 5종의 스킨케어 제품을 내놨다. 그는 “20년 넘게 햇볕 아래에서 일하며 몸으로 느낀 건 분명하다.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30, 40대 이후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꾸준한 관리로 더 젊고 건강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안신애는 일본 등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나름의 성공적인 골프 선수 생활을 했지만 일본 진출 후 번듯한 성적을 내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야심 차게 시즌을 준비했던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입국 자체를 하지 못했다. 이후 약 4년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2023년 말 JLPGA투어 퀄리파잉스쿨(Q)을 통과해 지난해 마지막으로 필드에 섰다. 안신애는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내가 투어에서 뛰는 모습을 너무 자랑스러워하셨다. 작년 국내 대회에 출전할 때는 아픈 몸을 이끌고 골프장에도 와 주셨다”라며 “이제 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진 않았구나 라고 느낀다”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인복이 있는 것 같다. 선수 생활을 할 때도,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라며 “나도 사업으로 성공하면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특히 골프를 하는 여자 후배들을 돕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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