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도봉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의정갈등이 약 1년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지난해 2월부터 6개월간 제때 치료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 수가 3136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김윤 의원실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연도별 2∼7월 입원환자와 사망자 통계를 이용해 의료 공백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를 추산한 결과다. 초과 사망자란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수준을 넘어선 사망자 수를 뜻한다. 의료 대란은 없었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의정 갈등이 국민 건강에 치명상을 안긴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초과 사망은 전공의 9000명이 빠져나간 대형 병원들이 주로 담당하는 응급 및 중증 진료 분야에서 발생했다.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자 그 여파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달된 탓이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은 응급 중환자실 가동률이 24% 줄어들자 응급환자 사망률이 10.5% 높아졌다. 대형 병원 진료가 필요한 요양병원의 고령 기저질환자들 피해도 컸다. 올 1월에는 경기 성남 요양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던 84세 환자가 상태가 나빠져 인근 대학병원 6곳으로 전원을 시도하다 숨지는 일도 있었다.
암 환자들도 수술과 진료 지연으로 초과 사망하거나 애를 태웠다. 암 진단을 받고도 1년 가까이 수술 일정을 잡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평소 같으면 입원해 치료를 받았을 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집에서 정맥에 주삿바늘을 꽂고 직접 항암제를 투여하는 ‘셀프 치료’를 하고 있다. 초기 암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들은 장기 생존율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살아 있어도 2, 3년 후 병세가 나빠져 잠재적 초과 사망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초과사망 분석 기간을 의료 공백 1년으로 확대하면 살릴 수 있었던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가 2020년 900명, 2021년 1만2000명, 2022년 6만 명이라는 추산이 있었다. 의정 갈등으로 팬데믹 초기 못지않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예방과 치료 기술이 뛰어난 의료 선진국, 세계 최고의 암 병원 10곳 중 3곳을 보유한 암 치료 선진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의사 2000명 늘리려다 그보다 많은 생명을 잃었으니 의대 증원 정책 실패의 대가가 너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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