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하는 ‘N수생’ 규모가 25년 만에 2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종로학원이 올해 고3이 되는 학생 수와 연도별 재수생 증감 추이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올해 N수생이 2001년도 이후 최대 규모인 20만2762명까지 늘어나 전체 응시생의 3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의대 증원이 급증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의대 정원 감축 가능성까지 제기되는데도 N수생 증가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취업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지자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취업에 유리한 대학 졸업장을 따려는 청년들이 증가한 탓이다. 수능 성적만으로 갈 수 있는 상위권 대학 정시 모집은 ‘N수생들의 리그’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서울의 주요 8개 대학 정시 합격자 10명 중 7명이 N수생이었다. 수능이 단순 문제풀이식이어서 사교육을 받을수록 유리한 데다 올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로 2년 후엔 일부 과목이 조정되는 점도 N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요즘 재수 종합반 학원비는 월 300만∼400만 원이다. N수생이 늘수록 사교육비 부담이 커져 부모의 재력이 대학 진학과 취업을 좌우하게 된다. 사회 진출과 결혼 및 출산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청년들이 좋은 대학을 나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황금 티켓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교육과 입시 제도의 취약성을 지목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은 표류하고, 느닷없는 의대 증원까지 더해져 ‘입시 낭인’만 늘려 놓았으니 미래가 암담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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