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유종]논의만 해온 국민연금 개혁… 모수개혁부터 빨리 시작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4일 23시 12분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연금법 개정안 공청회.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은 적정소득 보장이라는 목표를 정확히 해야 한다. (현재 40%인)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5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는 1825조 원(2023년 기준)이 넘는다.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해도 2093년이 되면 미적립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83.9%가 된다”고 반박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개혁이 단행돼 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했다. 이후 또다시 기금 안정화 문제가 제기됐고 2018년 문재인 정부는 4가지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에선 단일안이 아니라며 논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연금개혁을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에 포함시킨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9월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늘리는 단일안을 제시했다.

현재 국회에선 정부 개편안을 제외하고도 여야 보건복지위원들이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만 29건이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방안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소득대체율은 각각 42%와 44%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또 여당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따로 설치하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함께 공무원연금, 퇴직연금 등을 연계해 전체 연금제도의 틀을 새로 짜는 구조개혁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에서 모수개혁부터 먼저 추진하자고 한다.

문제는 말처럼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전례를 살펴보면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에도 풀지 못한 사안이다. 21대 국회에서 진통 끝에 여야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로 합의 직전까지 갔으나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해야 한다는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구조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모수개혁과 함께 추진하려면 언제 합의될지 모를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21일 모수개혁과 관련해 “복지위 차원에서 속도를 내면 다음 달이라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야당은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어 ‘뜨거운 감자’인 연금 개혁을 이번 정부에서 털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해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서도 ‘야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단서를 달았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수영 의원은 “모수개혁 통과 후 1년간 구조개혁을 양당이 추진한다는 정치적 합의를 한다면 모수개혁부터 먼저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 개혁이 늦춰질수록 미래 세대는 더 많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개혁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재정 부담이 1000억 원 가까이 늘기 때문이다. 논의만 하다 벌써 10년이란 시간을 허비했다. 일단 모수개혁으로 첫발을 떼고 구조개혁은 이후 추진할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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