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프랑스 제친 K뷰티 성장… 탄탄한 중기 생태계의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1일 23시 12분


신수정 산업2부 차장
신수정 산업2부 차장
“한 시간에 한 번은 전 세계 고객의 목소리를 모두가 공유하고 있습니다.”

김용철 티르티르 대표는 지난해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 첫 번째로 소비자 반응에 대한 빠른 피드백을 들었다. 실제로 티르티르는 글로벌 고객들이 올린 리뷰를 즉각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소용량 ‘큐티 사이즈’ 쿠션은 기존 제품이 다소 크다는 의견이 많아 새롭게 선보인 제품이다. 이 회사는 빠르면 두 달 만에 신제품을 선보일 때도 많다. 트렌드에 대한 빠른 반응 속도를 강점으로 하는 K뷰티의 경쟁력을 미국 소비자들도 알아본 것 같다. 한국 화장품은 미국에서만 지난해 1∼10월 14억516만 달러(약 2조 원)가량 팔리면서 처음 미국 수입 화장품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랐다. 11, 12월 두 달 치 통계가 남아 있지만 점유율 2위 국가인 프랑스와의 격차가 4억 달러 가까이 나서 순위가 바뀌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는 2022년부터 3년째 프랑스를 제치고 수입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이러한 성장을 몇몇 대기업이 아닌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K뷰티 열풍의 주역은 중소·인디 브랜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한국 화장품 전체 수출액의 약 70%가 중소·인디 브랜드 제품이었다. 스킨1004, 조선미녀, 티르티르, 마녀공장, 아누아 같은 브랜드는 최근 K뷰티 전성기를 이끄는 주역들이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처럼 세계적 수준을 갖춘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의 기술·생산력이 깔려 있다. 인디 브랜드를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생산시설이 없고 ODM 기업에 제조를 의뢰한다. 반도체 산업에 비유하면 인디 브랜드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 ODM 기업은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셈이다. 중소기업들이 제품력 걱정 없이 기획이나 마케팅, 홍보 등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제품 기획부터 생산, 마케팅, 홍보에 이르기까지 뷰티 생태계가 가장 잘 갖춰진 곳으로 여겨진다.

탄탄하게 구축된 생태계 안에서 중소기업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과 고객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속도감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 인디 브랜드 고위 임원은 “제품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반영한다”며 “소비자들과 가장 접점에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지사와 직원들에게 과감히 권한 위임을 한 결과, 글로벌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102억 달러(약 15조 원)로 2012년 처음 10억 달러를 넘긴 이후 12년 만에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한국은 이제 프랑스, 미국 등과 함께 글로벌 화장품 수출 강국에 올랐다. 올해 전망도 밝은 편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기존 수출국 외에도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K뷰티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도 K뷰티처럼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프랑스#K뷰티#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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