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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2022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 한국대표 참가자 뽑는다기초과학연구원(IBS)은 7월 24~30일 대전 유성구 IBS 본원에서 열리는 ‘2022년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ian Science Camp·ASC)’에 참가할 한국대표 학생을 5월 20일까지 모집한다. 올해 14회를 맞는 ASC는 한국에서 열리며 30여 개 아시아 국가에서 과학에 관심과 흥미가 높은 300여 명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참여한다. 올해는 노벨상 수상자인 팀 헌트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제라르 무루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명예교수(2018년 노벨물리학상), 슈테판 헬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화학연구소장(2014년 노벨화학상)이 참여해 강연을 진행한다. IBS 노도영 원장은 “ASC 2022는 한국의 우수한 기초과학 연구환경을 소개하고 미래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BS는 ASC 한국 사무국으로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전형의 3단계 심사를 거쳐 30여 명의 한국대표 학생들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전에 ASC에 참가한 경험이 없고 영어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교 2, 3학년과 대학 1, 2학년은 지원 가능하다. 고등학생은 수학 및 과학 교사의 추천, 대학생은 학과장의 추천을 받아야 지원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IBS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2022-04-19 15:44
[글로벌 이슈/신수정]사회 지도층의 ‘내로남불’ 방역“여러분은 이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습니다(YOU’RE all in this together).”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 사람들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습니다(We‘re all in this together)”라며 서로를 격려했다. 봉쇄령 속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한 지도층이 속속 나오자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우리는’이 아니고 ‘여러분은’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며 “규칙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지도층들이 공중보건을 위태롭게 하는 위선(hypocrisy)으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방역으로 가장 위기에 몰린 사람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7)다. 영국 총리실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방역수칙을 어기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존슨 총리 본인이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여해 퀴즈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미러는 최근 존슨 총리가 지난해 12월 사무실에서 크리스마스 퀴즈를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영국 런던은 2단계 방역 조치가 시행되던 때로 실내에서는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만남이 금지됐던 시기다. 총리실 대변인은 존슨 총리가 팬데믹 기간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화상으로 진행하는 퀴즈에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무실에 6명으로 구성된 팀 4개가 있었고 이들은 와인과 맥주 등을 마셨다고 전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수많은 파티와 모임이 있었고 심지어 총리도 퀴즈에 참여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총리실의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알려지자 총리 지지율은 재임 기간 중 최저 수준인 24%로 추락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존슨 총리가 오미크론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고 했는데 그 파도가 총리의 정치적 미래마저 삼킬 판”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연소 총리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6)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데다 해명 과정에서 말을 바꿔 비판을 받고 있다. 마린 총리는 4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관료와 밀접 접촉한 직후 나이트클럽에서 5일 오전 4시까지 춤을 췄다. 핀란드에서는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치면 확진자와 접촉해도 의무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본인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그는 격리할 필요가 없다는 연락을 받아 클럽에 갔다고 했지만 곧 “외출 당시 업무용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와서 사회적 접촉을 피하라는 권고 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더 나은 판단을 했어야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53)는 내로남불 방역으로 주민소환 투표까지 진행됐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강도 높은 방역지침을 시행하면서 정작 자신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호화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 여론이 일었다. 분노한 주민들은 주지사 소환 청원을 시작했고 150만 명 이상이 서명해 소환 투표가 실시됐다. 민주당 텃밭인 곳이어서 주지사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그에게는 ‘리무진 리버럴’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리무진 리버럴이란 겉으로는 서민을 위하지만 본인은 부자 동네에 살면서 리무진을 타고 자녀들은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는 진보 정치인들의 위선과 가식을 꼬집는 용어다. 워싱턴포스트는 “방역수칙을 만든 사람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팬데믹 기간 동안 지도층의 규칙 위반, 대중들의 비난, 공식적인 사과 또는 사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고 AP통신은 “위선도 유행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코로나19와 함께해야 할 것 같은데 ‘여러분’이 아닌 ‘우리’의 고통에 공감하고 솔선수범하는 지도층을 보고 싶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12-15 03:00
[글로벌 이슈/신수정]늘어나는 독재자들, 퇴조하는 민주주의이달 7일 중미 국가인 니카라과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76)은 4연임에 성공했다. 1985∼1990년 대통령을 지냈고 2007년 재집권한 그는 2027년까지 20년 연속 집권하게 됐다. 그의 부인이자 현 부통령인 로사리오 무리요(70)는 2017년 대선에서 남편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번에도 부부는 함께 선거에 나서 ‘남편 대통령, 아내 부통령’ 통치가 5년 더 연장됐다. 과거 반(反)독재 운동에 앞장섰던 오르테가는 권력을 잡게 되자 독재자로 변했다. 그는 선거 전에 유력한 야권 인사들을 대거 체포해 선거에 못 나오도록 했다. 투표가 끝난 뒤에는 개표 현황도 공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르테가가 4연임에 성공함으로써 중남미에서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 번째 독재국가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WSJ는 정치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남미의 정치 지형이 동유럽, 터키, 필리핀처럼 서구식 민주주의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민주주의가 무너졌고 브라질, 멕시코, 엘살바도르에서도 대중 인기에 영합한 독재자들이 나오고 있다. ‘밀레니얼 독재자’로 불리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40)은 갱단 범죄와 부패 척결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며 2019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 젊은 포퓰리스트는 점차 독재자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대법원을 압박해 대통령 연임 금지에 관한 헌법 규정을 무효화시켜 2024년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9월에는 트위터 계정의 자기소개를 ‘엘살바도르의 독재자’로 바꿨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것을 비판한 이들을 겨냥해 쓴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부켈레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보다 더 걱정스러운 속도로 민주주의를 해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66)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68)은 부정부패와 경제난에 시달려 온 국민들을 상대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권력을 잡은 후에는 권위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구 ‘라티노바로메트로’가 지난해 10∼12월 중남미 17개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정부의 형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민주주의’라고 답했다. 2010년 조사에서 이 비율은 63%였다. 중남미에서 가장 큰 나라인 브라질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는 40%에 그쳤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자신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기만 한다면 비민주적 정부가 들어서도 괜찮다고 답했다. 라티노바로메트로는 중남미 국가들의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주요 인구 집단이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무관심층으로 돌아서거나 권위주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팬데믹은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스트롱맨(강력한 지도자)을 세계 곳곳에서 나오게 했다.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9),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68)은 거대한 위기 속에서 더욱 강력한 권력을 가지면서 장기 집권의 길을 걷고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잘 설계된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라고 주장했다. 규범 중에서도 자신과 다른 집단의 의견을 인정하는 ‘상호작용’과 주어진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제도적 자제’를 핵심으로 봤다.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7)는 지난달 독일 통일 기념식에서 “민주주의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매일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국민의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뽑는다. 이들이 상식적인 규범을 가져야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들이 늘수록 권력의 중앙 무대에 올라서는 스트롱맨과 포퓰리스트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11-17 03:00
[글로벌 이슈/신수정]“부패한 리더는 싫다”… 낙마하는 지도자들2017년 ‘유스퀘이크(youthquake·젊음이 일으킨 지진)’ 열풍을 이끌며 최연소 국가수반이 되었던 제바스티안 쿠르츠 전 오스트리아 총리(35)가 부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이달 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전 세계 국가수반 중 최연소였던 쿠르츠 전 총리는 17세에 집권 국민당에 입당했고 27세 때 외교장관이 됐다. 훤칠한 키와 외모, 젊은 이미지로 주목받은 그는 2017년 선거에서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으로 국민당이 승리하자 극우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31세 나이로 총리가 됐고 지난해 1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현재 그는 2016, 2017년 재무부 자금을 사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가 이뤄지도록 조작하고 이런 조사 결과와 함께 우호적인 기사가 보도되도록 한 언론사에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재무부 예산 120만 유로(약 16억6000만 원)에 대한 청구서가 조작됐는지를 조사 중이다. 이 건 외에도 그는 의회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계의 저스틴 비버’로 불릴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던 젊은 정치인이 스스로 물러난 데는 야당뿐 아니라 그가 속한 국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녹색당마저 등을 돌린 게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혐의가 불거지자 녹색당의 지그리트 마우러 원내대표는 “그런 사람이 더는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매우 명백하다”고 비판하며 “현 연정을 계속 이끌어 나갈 흠결 없는 인물을 후임자로 지명해 달라”고 국민당에 요구했다. 부패 혐의로 궁지에 몰린 것은 쿠르츠 전 총리만이 아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67)는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야당 연합에 패배했다. 체코 2위 대기업 아그로페르트를 운영하던 바비시 총리는 2012년 긍정당(ANO2011)을 만들어 정계에 입문했다. 기업가 출신으로 기존 정치인의 부패와 특권 등을 비판하고 나선 그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부패 척결을 외치며 기존 정치에 실망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았던 그에게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부패 때문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BBC방송, 프랑스 르몽드, 일본 아사히신문 등 117개국의 150개 언론사와 함께 탐사 취재해 3일 내놓은 ‘판도라 문건(Pandora Papers)’에는 그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22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빼돌리고 프랑스에 호화 별장을 매입한 의혹이 담겨 있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72)은 자녀들이 소유한 광산기업 ‘도밍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져 탄핵의 궁지에 몰려 있다. 이 기업은 2010년 피녜라 대통령과 가까운 사업가에게 1억5200만 달러(약 1792억 원)에 팔렸는데 계약 당시 ‘도밍가가 광산을 운영하는 지역에 (정부는) 환경보호구역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실제로 당시 피녜라 정부는 해당 지역을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칠레 검찰은 뇌물이나 조세 범죄 가능성을 두고 공식 수사를 시작했다. 칠레 야권 의원들은 “개인 사업을 위해 공직을 이용했다”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저널리스트인 세라 체이스가 10여 년간 미국 공영라디오(NPR) 특파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머물며 주목한 것은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아프간 정부 관료들의 부패상이었다. 그는 2018년 펴낸 ‘부패권력은 어떻게 국가를 파괴하는가’에서 아프간에 체포된 탈레반 수감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들이 탈레반에 가입한 가장 큰 동기는 아프간 정부의 부패 때문”이라고 했다. 부패가 일상화된 현실을 바로잡으려면 비폭력적 방법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탈레반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정치 불신을 넘어 정치 혐오가 심화되는 요즘, 국민들은 리더의 도덕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부패 없는 리더십’을 요구하며 크건 작건 흠결이 있는 지도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10-20 03:00
[글로벌 이슈/신수정]中공산당, 시장 이기는 최초의 정부 될까“공동부유(共同富裕)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로서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소수의 번영은 옳지 않으며 질 높은 발전 속에서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7일 공산당 핵심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 공동부유 실현을 위해 부유층과 기업이 차지하는 몫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공동부유 강조가 마오쩌둥(毛澤東) 시절로의 회귀가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이보다는 중국몽(夢) 달성을 위한 계획된 패러다임 전환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1997년 9월 공산당 15대 회의에서 언급된 100년 목표는 1단계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하게 생활하는 것) 사회, 2단계 대동(大同) 사회였다. 대동 사회는 2017년 10월 공산당 19대 회의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수정됐다. 올해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 주석은 샤오캉 사회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목표로 진입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성장을 중시했지만 앞으로는 분배를 보다 강조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공동부유가 나왔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 강조는 자신의 장기 집권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도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약 40년간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면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심각한 소득 불균형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중국의 상위 1% 부자가 전체 부의 31%를 갖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14억 명 중국 인구 가운데 6억 명은 한 달 수입이 1000위안(약 18만 원)에 불과하다. 특정 계층에 부의 쏠림이 계속되면 소득 하위 계층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공산주의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 주석의 계속된 통치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사회적 평등을 보다 적극 촉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중국은 알리바바, 디디추싱 같은 빅테크를 시작으로 사교육, 게임, 연예계 등 돈이 몰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산발적으로 보이는 규제 강화의 배경에도 공동부유가 있다. 지난달 17일 시 주석이 공동부유를 강조한 다음 날 중국 최대 게임회사 텐센트는 9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했고 알리바바는 약 18조 원을 들여 공동부유 10대 행동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사교육과 연예계를 향한 규제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있다. CNN은 “연예인의 호화 생활과 이를 갈망하는 팬덤 문화가 빈부격차를 줄이고 함께 잘살자는 시 주석의 공동부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이 각종 규제를 쏟아내며 추진하려는 공동부유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중국 내 기업가 정신을 무디게 해 성장을 저해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술 업계의 거물 여러 명이 그들의 회사와 공적인 업무에서 물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이 자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은 사실상 무대에서 사라졌고 젊은 창업자들도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 창업자인 황정(41)은 최고경영자(CEO)직에 이어 이사회 의장직까지 내려놓으며 3월 은퇴했고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38)과 징둥그룹 창업자 류창둥(48)도 CEO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공산당이 전략적으로 기업을 통제해 나가면서 성장과 분배를 함께 추구하는 강화된 국가 자본주의 모델을 보여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공산당은 규제 확대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공동부유는 획일적인 균등주의가 아니다. (경제) 발전 능력을 강화해야만 공평함을 추구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몽을 향한 시 주석의 공동부유가 시험대에 올랐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09-08 03:00
미국 떠난 아프간, 자유 아닌 혼란만 남아 [글로벌 이슈/신수정]“탈레반은 북베트남군(월맹군)이 아니다. (베트남전 때처럼) 아프가니스탄의 미국대사관 지붕에서 사람들을 헬리콥터로 대피시키는 광경을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아프간 철군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철군으로 1975년 남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 함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2001년 당시 아프간 집권세력인 탈레반이 9·11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라덴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2001년 10월 아프간을 침공한 뒤 20년간 병력을 주둔시켜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 아프간의 미군 작전을 종료한다며 9·11테러 20주년에 맞춰 미군 철수를 끝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5월부터 철군 작업을 시작해 현재 주둔군의 90%가 아프간을 빠져나갔다. 최대 군사 거점인 바그람 공군기지에서도 철수해 철군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미국을 도와 2001년부터 아프간에 있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도 병력 대부분을 철수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지만 상황은 그의 말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가 본격화된 이후부터 아프간 곳곳에서 테러를 일으키며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현재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보기관들을 인용해 아프간 정부가 미군 철수 이후 6개월∼1년 안에 무너진다고 예측했다. 미군은 1973년 3월 남베트남(월남)에서 철수했고 월맹군은 약 10개월 후에 평화조약을 깨고 공격을 시작해 미군 철수 이후 2년 1개월 만에 사이공을 점령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해 2월 주요 도시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담은 평화조약을 맺었다. 탈레반은 미군의 철수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평화조약을 깨고 4월부터 공격을 시작했다. 현재 탈레반은 점령지를 점차 넓혀 아프간 영토 절반 이상을 장악했고 국경 지역도 손에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이제 주요 도시 탈환을 목표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2일 “현재의 악화된 상황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철군 결정 때문”이라며 “탈레반은 지난 20년 동안 더 잔인해졌고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들은 평화, 번영, 발전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이 아프간을 떠나면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이들은 아프간 주민들이다. 특히 여성들과 미군에 협력했던 이들은 탈레반에 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탈레반은 1994년 결성된 극단주의 정치세력으로 1996년부터 2001년 미국의 침공 전까지 아프간을 지배했다. 탈레반은 여성 교육과 취업을 금지하는 등 강압 통치를 해왔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은 아주 잔혹한 사람들에게 학살당할 위협에 남겨졌다”면서 미국의 철군 결정을 ‘실수’라고 비판했다. 탈레반을 피해 아프간을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아프간 정부 재난관리부의 굴람 바하우딘 자일라니 부장관은 지난달 AF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달 반 동안 26개 주에서 3만2384가구가 집을 떠났다”고 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 난민은 2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탈레반이 재집권하면 난민 수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국가 건설을 위해 아프간에 간 것이 아니다. 미래와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프간 국민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미군의 임무가 8월 말 종료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 말이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간을 공격할 당시의 작전명이었던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가 아프간에 정착하는 건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요원해 보인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08-04 03:00
[글로벌 이슈/신수정]세계 곳곳 폭염, 인간이 가져온 기후재앙세계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는 평균 기온이 섭씨 45∼50도에 육박하면서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늘고 있다. 캐나다 태평양 연안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6월 마지막 주 일주일간 719명이 돌연사해 평상시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당국은 ‘살인적 더위’가 사망자 수를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도 같은 기간 각각 95명, 30여 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이 지역들은 여름에도 선선한 기후여서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가정이 많아 이번 극단적 더위로 피해가 더욱 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폭염을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록적 폭염”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폭염은 북미 서부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BBC는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등 미국 남서부 지역도 올해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0일 보도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지난달 23일 34.8도로 6월 기온으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뉴질랜드도 지난달 평균 기온이 10.6도로 지난 30년간 기록된 6월 평균치보다 2도나 높았다. 인도는 평균 기온이 40도를 넘어 평상시보다 7도나 높은 상태다. 지난달 중동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기온이 52도까지 올라 철로가 휠 정도였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3국도 이례적인 폭염으로 사상 최고 기온을 찍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6일 핀란드의 최고 기온은 34도로 핀란드 국립기상연구소가 1844년부터 기온을 측정한 이래 6월 최고치였다. 지구촌을 강타한 폭염의 원인으로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꼽힌다. 열돔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지열로 데워진 공기가 한곳에 머무는 현상을 말한다. 캐나다 환경부 선임 기후연구관인 데이비드 필립스는 NYT에 “한여름도 아닌 이른 시기에 강한 폭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은 지구온난화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결과로 보고 있다. 산업화 이전에 북미 서부 지역의 6월 말 기온이 45∼50도로 치솟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처럼 계속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이례적인 폭염은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폭염이 일어날 확률을 최소 150배 이상 높인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돼 기온이 0.8도 더 오르면 올해 같은 기록적 폭염이 5∼10년마다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23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다음에 세계적으로 대규모 사망을 부를 수 있는 것은 폭염”이라고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팬데믹과 함께 인류에 닥친 재앙이 기후변화라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3도 올라 육지와 바다 생물 종의 최대 54%가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실제로 매년 많은 사람이 이상기후로 목숨을 잃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00∼2019년 연간 평균 500만 명이 기후변화로 인한 비정상적 추위나 더위로 사망했다. 이는 20년간 세계 사망자 수의 9.4%에 해당한다. 최근 유엔 세계기상기구는 아르헨티나의 에스페란사 연구소가 측정한 지난해 2월 남극 최고 기온 18.3도를 공식 승인했다. 앞서 2015년 3월 에스페란사가 측정한 남극 최고 기온 17.5도보다 0.8도 높은 수치로 6년 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한 것이다. 산업화 이후 지난 20년간 온난화 가속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3도 이상 올랐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을 피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07-14 03:00
[글로벌 이슈]세계 최고 부자들의 우주여행 경쟁“다섯 살 때부터 우주여행을 꿈꿨다. 가장 위대한 도전을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아마존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57)가 7일(현지 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음 달 20일 남동생 마크 베이조스와 우주여행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7월 20일은 인류의 첫 유인(有人) 달 착륙선인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린 지 52주년이 되는 날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자신이 2000년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의 첫 우주관광 로켓 ‘뉴셰퍼드’를 타고 우주여행에 나선다. 베이조스는 지구 표면에서 약 100km 떨어진 카르만 라인(K´arm´an Line)까지 올라가 수분 동안 무중력을 체험하면서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게 된다. 카르만 라인은 국제협약에 의해 지정된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이다. CNN은 이번에 발표한 계획이 실행되면 베이조스는 우주를 다녀온 최초의 백만장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우주 개발 트렌드인 ‘뉴 스페이스’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정부가 아닌 민간이다. 특히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수장들이 앞다퉈 우주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IT산업에서 거대한 부를 창출한 이들의 관심이 우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조스는 블루오리진에 투자하기 위해 그동안 10조 원이 넘는 아마존 주식을 팔았다. 일론 머스크(50) 테슬라 창업주 겸 CEO는 화성에 인간이 살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머스크는 2024년 첫 유인 화성 탐사선을 발사해 2050년까지 화성에 수만 명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4월 스페이스X는 2024년에 인류를 달에 보내는 미 우주항공국(NASA·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민간 달 착륙선 사업자로 선정됐다. 미국에 베이조스와 머스크가 있다면 영국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71)이 있다. 그는 2004년 우주여행 사업을 위해 ‘버진갤럭틱’을 설립했다. BBC에 따르면 버진갤럭틱은 지난달 22일 유인 우주선의 우주 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외신에 따르면 브랜슨 회장은 베이조스에 앞서 7월 4일 버진갤럭틱의 ‘VSS유니티’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여행을 위해서는 미 연방항공국(FAA)의 사업자면허를 받아야 해서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우주산업은 2040년 약 1000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 산업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17년 3240억 달러에서 2040년 1조1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주산업 중에서도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우주여행 산업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 버진갤럭틱은 이미 우주여행 상품을 내놨다. 버진갤럭틱이 한 장에 20만∼25만 달러에 판매할 예정인 우주여행 티켓은 이미 600여 명이 예약했다. 베이조스와 다음 달 함께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티켓은 최근 전화를 통한 경매로 팔렸다. 480만 달러로 시작한 티켓은 159개국에서 약 7600명이 뛰어들어 7분 만에 마감됐다. 가격은 무려 2800만 달러(약 313억 원)다. 세계 최고 부자들의 우주개발 경쟁을 보면서 누가 승자가 될지도 궁금하지만 이보다는 일반인들이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더 궁금하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개발 업체가 경쟁하면서 우주여행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을 통해 기술이 발전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우주로 보낼 수 있게 되고, 가격도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재사용 로켓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위성 발사 비용이 크게 줄었다. 베이조스는 경매 전 공개된 동영상에서 “지구를 우주에서 보는 일은 당신을 변화시킨다. 그것은 이 행성, 그리고 인류와 당신과의 관계를 바꾼다”고 했다. 백만장자가 아니어도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06-16 03:00
[글로벌 이슈/신수정]백신 접종과 함께 폭발하는 여행 수요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굳게 닫혔던 국경의 빗장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관광객들의 입국 후 격리 의무를 면제해주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16일(현지 시간)부터 백신 접종 증명서나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을 가진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솅겐 협약(역내 인적·물적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협약) 26개 가입국, 영국, 이스라엘 관광객에 한해 격리 의무를 해제했다. 조치 시행 첫날,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스페인 계단, 트레비 분수, 콜로세움 등 주요 관광지는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리스도 15일(현지 시간)부터 한국을 포함해 미국, EU 회원국 등 53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국 후 격리 의무를 면제했다. 해당 국가 관광객들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이나 백신 접종 확인서를 제출하면 그리스 입국 뒤 열흘간의 자가 격리를 안 해도 된다. 로이터는 조치 첫날 수도 아테네에 입국한 관광객들이 마냥 신이 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미코노스섬을 비롯한 남쪽 에게해의 섬 4곳에는 스웨덴 독일 카타르 등에서 출발한 국제선 항공편 32편이 도착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전시관들은 수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온 한 관광객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드디어 여기에 왔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매일 이날만을 꿈꾸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억눌렀던 해외여행 수요가 터져 나오는 듯한 모습이다. ‘백시케이션(Vaxication)’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는 백신(Vax)과 휴가(Vacation)를 합친 말이다. 블룸버그는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여행사들의 예약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행업체 트립어드바이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7%가 6∼8월에 여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질문에 대한 3∼5월 때의 답변보다 17%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미국여행협회 조사에서도 올여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미국인은 72%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에서 크게 늘었다. 미국 내 늘어나는 여행 수요는 항공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델타항공은 최근 일부 주말 비행편의 중간 좌석을 개방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거리 두기를 위해 중간 좌석을 차단해 왔지만 이를 푼 것이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 항공 여객 수는 일일 100만 명을 넘었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은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올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당수 국가에 사는 이들에게 해외여행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던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는 최근 연이어 감염자들이 나오면서 국경의 문이 닫혔다. 대만은 19일부터 한 달간 외국인의 대만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고, 홍콩과 싱가포르 간 여행 시 검역을 완화하는 트래블버블도 무기한 보류됐다. 백신 격차가 여행 격차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을 하려면 이젠 여권과 함께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백신 여권도 있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인천공항공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은 백신이 개발되면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인의 89.1%는 백신 접종 이유로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누구 못지않게 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백신 접종이 보다 속도를 내서 많은 사람들의 여행 갈증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05-19 03:00
[글로벌 이슈/신수정]바이든의 ‘백신 특허 면제’ 선택에 쏠린 눈“백신 관련 노하우와 기술은 공유돼야 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백신 공급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14일(현지 시간)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 등 각국 전직 정상 60명 이상,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등 100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공동으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백신 관련 지식재산권(지재권) 적용을 한시적으로 중단해달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이들은 공동으로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유예 조치는 코로나19 대유행을 종결시킬 필수 불가결한 조치”라며 “지재권 적용을 중단하면 백신 제조 속도를 높여 빈곤국 등에서 팬데믹에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지재권을 일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작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선진국 제약사들의 백신 특허권을 한시적으로 무시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백신을 생산하도록 해 백신 공급 속도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지식재산권협정(TRIPs) 관련 조항의 일시적 면제를 통해 어느 나라든 특허 걱정 없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했다. 이 제안은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경없는의사회(MSF)도 이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백신을 ‘공공재’라고 부르며 언론 브리핑 때마다 지재권 면제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2월 브리핑에서 “공평하게 백신을 공급하지 못하면 우리는 코로나19를 이길 수 없다”며 “지금이 지재권을 면제할 시간이 아니라면 언제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러한 목소리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를 둔 미국과 영국,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백신 개발에 막대한 돈을 들였는데 지재권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제약사가 나서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서겠냐는 것이다. 이들은 특수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약사들에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지재권 면제 제안은 세계가 직면하게 될 미래의 유행병에 대한 백신 및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하고 배포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백신 지재권 보호를 강조하는 입장의 성명을 발표했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감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지재권을 제한하는 강제실시권이 발동된 적은 1990년대 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창궐했을 때 정도다. 이때도 치료제 개발 제약사가 다른 제조사에 비독점 사용권을 주는 방식으로 하는 등 지재권 면제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뤄졌다.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를 둘러싼 찬반 목소리가 팽팽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지연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시기는 점점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지금껏 그 어떤 전염병 백신보다 빨리 개발됐지만 그 백신은 현재 일부 국가에만 편중된 채 공급 속도가 더딘 편이다. 많은 국가들이 백신 공급 속도를 높여줄 지재권 면제를 바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백신 접종률 2%에 그치는 한국도 백신이 절실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지재권 면제 요구를 받아들일지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04-21 03:00
[글로벌 이슈/신수정]“밤에도 혼자 걷고 싶다”…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내가 세라다(I am Sarah).” “그녀는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She was walking home).” 13일 영국 런던 남부의 클래펌 공원에서 세라 에버라드(33)를 추모하는 시위가 열렸다. 에버라드는 3일 밤 친구 집에서 나와 걸어서 귀가하다가 실종된 지 1주일 만인 10일 런던 동부 켄트주의 숲에서 가방에 담긴 주검으로 발견됐다. 오후 9시경 친구 집을 나서 4km가량 떨어진 집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근처 폐쇄회로(CC)TV에도 고스란히 찍혔다. 에버라드를 납치해 살해한 범인은 런던의 정부청사를 경비하는 현직 경찰관 웨인 쿠전스(48)였다. 평범한 여성이 집으로 가는 길에서조차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많은 여성들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세라다’, ‘그녀는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나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분노했다. 뉴욕타임스는 “에버라드는 런던 여성들이 겪는 일상적 위험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고 보도했다. 에버라드 사건에 일부 남성들이 그녀가 밤늦게 홀로 귀가한 게 비극의 시작이었다는 주장을 펴자 여성들은 “우리도 밤에 혼자 걷고 싶다”며 여성에게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사회를 바꿔야 한다며 시위에 나서고 있다. 영국뿐 아니다. 15일 호주에서는 캔버라, 시드니, 멜버른 등 40여 개 도시에서 ‘정의를 위한 여성 행진(Women‘s March 4 Justice)’ 시위에 7만여 명이 참여했다. 호주 정치권을 강타한 성폭행 의혹이 도화선이 됐다. 호주 의회에서 근무하는 브리트니 히긴스(26)가 2019년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하자 의회 내에서 벌어진 성폭행을 폭로하는 여성들이 줄을 이었다. 크리스천 포터 연방 법무장관까지 성폭행 의혹에 휩싸이면서 호주 여성들의 분노는 커졌다. BBC는 “호주 의회 내 성폭행 사건은 호주 사회 전반에 걸친 성차별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고 대규모 시위에 불을 지폈다”고 전했다. 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변화를 촉구했다. 20일에는 터키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다. 터키 정부가 여성폭력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제협약인 ‘이스탄불 협약’에서 갑자기 탈퇴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스탄불 협약은 전통, 문화, 종교를 여성에 대한 폭력 행위의 명분으로 삼을 수 없으며 각국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4년 발효된 협약에는 터키, 유럽연합(EU) 주요국 등 45개 국가가 가입해 있다. 2003년부터 장기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슬람 근본주의와 우경화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탈퇴를 감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 이즈미르 등 곳곳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에서 여성들은 “우리 목숨을 지켜주는 협약을 비준하라”고 외쳤다. 지난해 터키에서 가정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여성은 약 400명이고 올해도 78명이 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염 위험을 무릅쓰고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각종 폭력에 노출돼 인권을 침해당하는 현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0∼2018년 161개국의 여성 폭력 사례를 조사한 결과 15세 이상 여성 중 성적·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약 7억3600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꼴로 성적·신체적 폭력을 당한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여성들에게 최고의, 그러면서도 최악의 시절이 시작되었다. 어떤 여성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지만 또 다른 여성들은 그나마 있는 권리라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다.” 소설 ‘시녀 이야기’를 쓴 마거릿 애투드가 2018년 한 말이다. 2030년이면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여성들이 소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여성은 이전보다 강하고 부유해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우리는 ‘밤에도 혼자 걷고 싶다’는 여성들의 외침을 듣는 시대에 살고 있다.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03-24 03:00
등에 시뻘건 피멍 자국이…“미얀마 군경, 체포 후 고문” 증언“죽을 때까지 시위대를 쏘라” 미얀마 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인도로 도망친 미얀마 경찰관이 상급자에게 이 같은 명령을 받았다고 10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캄빳에서 경찰로 복무한 타 뼁(27)은 “경찰 규정상 시위대를 저지할 때는 고무탄을 쏘거나 (실탄은) 무릎 아래만 쏴야 하지만 이 같은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타 뼁은 지난달 27일 상관으로부터 시위대를 향해 자동소총을 쏘라는 명령을 받고 거절했다. 다음날 다시 “총을 쏠 거냐”는 전화가 와서 못한다고 대꾸하고 가족을 남겨둔 채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인도 북동부 미조람주로 도망쳤다. 타 뼁은 “경찰서 직원의 90%가 시위대를 지지했지만 결속시킬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경찰로 일한 은군 흘레이(23) 역시 발포 명령을 거부해 징계를 받은 뒤 온라인으로 미얀마 민주화운동가의 도움을 받아 이달 초 인도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인도 고위 관리에 따르면 약 100명의 미얀마인이 쿠데타 반대 시위가 시작된 뒤 인도로 피신했는데 대부분 경찰과 그 가족이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인도 정부에 이들의 송환을 요청했다.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한 군경의 폭력은 10일에도 계속됐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쿠데타 반대 파업에 동참한 양곤의 국영철도 노동자 기숙사를 10일 군경이 습격했다고 전했다. 군경이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불태우고 상점을 약탈하는 등 양곤 시내는 마치 전쟁터 같다고 현지 주민들은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군경이 체포한 시위대를 고문한다는 현지 증언들을 뒷받침하는 사진과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무언가에 맞아 시뻘겋게 피멍이 든 남성의 등에 약을 바르는 사진을 올린 시민은 “메익에서 오전에 체포됐다가 저녁에 풀려난 15세 미성년자”라며 “군부 테러리스트들이 우리 시민을 쇠사슬로 잔혹하게 때렸다”고 설명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당은 소속 간부 조 미앗 린이 9일 새벽 군경에 체포돼 구금된 상태에서 이날 오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사망자의 머리와 등에 난 상처와 멍을 근거로 고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는 지난달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이달 9일까지 군경의 발포와 폭력으로 시위대와 시민이 60명 넘게 숨졌고, 약 19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2021-03-10 17:03
기후변화 전쟁에 복귀한 미국[글로벌 이슈/신수정]“미국은 지난 4년을 허비했기 때문에 겸손한 마음으로 기후변화를 상대로 한 전쟁에 복귀하고자 한다.”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가 1월 27일 다보스 어젠다 2021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Mobilizing Action on Climate Change)’ 세션에 참석해서 한 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식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 5개월 만에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 전에 “우리는 이제껏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후변화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 친환경 에너지 100% 전환, 2050년 탄소중립 선언 등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정책으로 삼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연방이 소유한 토지, 수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금지하는 행정명령도 내렸다. 기후변화 전쟁에 다시 뛰어든 미국의 귀환을 계기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Net-Zero)’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 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것을 말한다.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뛰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2019년 12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유럽 그린딜’을 발표했다. 독일 프랑스 덴마크는 2050년, 스웨덴 2045년, 핀란드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한국 일본 중국도 속도를 맞춰 동참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2050년,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했다. 지금까지 70여 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각국 정부와 소비자의 거센 요구에 직면한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좋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도 없고, 소비자와 투자자로부터 외면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난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유니레버 스타벅스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협력체를 만들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공유하고 협력해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애플(2030년), 구글(2030년), 아마존(2040년), GM(2040년) 등도 탄소중립에 동참했다. 탄소중립 관련 산업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은 물론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녹색 기술의 힘’에서 “지난 10년 동안 에너지 저장 기술이 발달하고 풍력 및 태양열 발전 비용이 줄어들면서 탄소중립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정밀한 인공위성 센서는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배출하는 주범을 찾아낼 수도 있는데 이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실효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해다. 당장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기후정상회의가 열린다.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확대 논의 등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포럼(WEF) 주최로 1월 열린 다보스 어젠다 2021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화된 양극화를 해소하고 전 세계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 뉴딜이 대대적인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녹색 회복(Green Recovery)을 위해 전 세계가 투자하고 있는 10조 달러의 돈은 낭비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녹색 회복 과정에서 2030년까지 연간 39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은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막을 뿐 아니라 극심해진 불평등 문제의 해법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02-10 03:00
곳곳에서 거세지는 테크래시[글로벌 이슈/신수정]“빅테크(Big Tech·대형 기술기업)는 그저 한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빅테크는 모든 것을 위한 플랫폼, 즉 인생의 운영체제가 되고 싶어 한다. 우리는 현재 빅테크 지배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글로벌 비즈니스 칼럼니스트 겸 부편집장인 라나 포루하가 지난해 쓴 ‘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에서 한 말이다. 그는 책에서 빅테크의 카르텔과 그로 인한 폐해를 지적했다. 1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위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와 앙숙 관계인 것으로 잘 알려진 메르켈이 트럼프를 두둔한 것처럼 비치는 발언에 이목이 쏠렸다. 메르켈의 발언은 트럼프를 두둔하기보단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미국의 빅테크를 겨냥한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몇 년 전부터 자주 인용되던 ‘테크래시(tech-lash)’가 올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테크래시는 ‘테크놀로지(technology·기술)’와 ‘백래시(Backlash·반발)’를 합친 말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기술 대기업들의 성장과 영향력에 대해 광범위하고 강한 반감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고 설명돼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2021 세계경제대전망’에서 “테크래시라는 용어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기술 대기업의 힘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쉽게 볼 수 없었지만 2021년에는 달라질 것”이라며 “테크래시가 본격 시작될 것이고 선봉장은 입법부와 사법부”라고 전망했다.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한 규제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7월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는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 참석자들은 이들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불공정 경쟁 등을 지적했다. 10월에는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소송의 이유다. 유럽연합(EU)은 미국보다 한발 더 나가 빅테크를 규제할 법안을 만들어 실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내거나 강제로 기업을 분할할 수 있는 조항까지 포함돼 있는 강력한 법안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빅테크의 반독점 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디지털 시장법’과 ‘디지털 서비스법’의 초안을 공개했다. 서비스 이용자에게서 얻은 정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이용자 수를 활용해 특정 서비스를 불공정하게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EU는 지난해 11월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 규정 위반 혐의를 제기하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도 빅테크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선거 캠프 대변인 맷 힐은 “거대 기술기업들이 시장지배력 남용, 시민 오도, 민주주의 훼손 등의 잘못을 저질렀고 이를 바이든 당선인이 종식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의 과도한 집중을 막기 위해 이들을 규제하기 위한 신설 기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서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기구는 연방거래위원회(FTC)다. FTC 현행 조직과 인력으로는 빅테크를 관리 감독하기 어려우니 FTC 산하에 디지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조직을 만들거나 아예 별도의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빅테크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혁신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정치권의 발목 잡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빅테크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는 이들도 많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구글의 대표적 경영 모토다.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람을 향한 기술을 앞세우는 빅테크를 보고 싶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01-20 03:00
대한민국 밖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광화문에서/신수정]“대한민국을 떠나 아프리카에 가라, 아니면 동남아로 가라.”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2019년 11월 ‘부모의 시대, 자녀의 시대’를 주제로 한 입시설명회에서 했던 말이다. 손 회장은 “한국의 인구구조가 과거 종 모양에서 세계에서 유례없는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바뀌면서 지금의 10대 이하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적다. 인구학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과거 고도압축성장 시기에는 대학을 잘 가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 이른바 중산층으로 살아가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위기에 처한 한국에서 자녀 세대는 부모가 했던 방식처럼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한국의 주민등록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인구 쇼크 문제가 대두되면서 당시 손 회장의 강의 내용이 여러 인터넷 카페 등에서 많이 공유되고 있다. 손 회장은 강연에서 “자녀의 시대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어떤 분야에서 남보다 뛰어난 창의성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동남아, 아프리카 등 젊은 인구들이 계속 늘어나는 국가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서 새 기회를 찾아라”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했지만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위기와 이로 인한 자녀 세대의 고통을 지적한 부분에는 공감한다는 이들이 많았다. 새해가 되면서 여러 이민업체들은 잇달아 이민설명회를 열고 있다.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경 간 이동이 거의 봉쇄돼 이민이 주춤했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이민 수속을 재개하면서 이민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이민법인 대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갑자기 실직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돌파구를 찾던 이들이 이민을 많이 갔다”며 “최근엔 고학력자 3040세대에서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고 싶다며 이민을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았던 국가 외에 포르투갈,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는 물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까지 이민 가기 원하는 나라도 다양해지고 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10년간 대기업에서 일한 뒤 최근 포르투갈로 투자 이민을 간 돈파파(필명)는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이민을 준비한 이야기를 쓴 ‘부의 속도’에서 “점점 높아져 가는 세상과 타인의 시선이 아닌 온전한 나만의 기준,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 여유로운 노후, 자녀의 교육과 성장을 위해서 떠났고 후회가 없다”고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분야에서 본격적인 리셋, 리부팅이 일어나는 시기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제시한 2021년 화두도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이다. 저출산 문제는 2011년부터 10년간 200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고도 풀지 못한 숙제다. 치열한 경쟁, 양질의 일자리 부족, 높은 집값 등 아이 갖기를 주저하게 하는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 자녀 세대들이 부모 세대보다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리셋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2021-01-12 03:00
올 한 해 지친 당신을 위로해준 것들[광화문에서/신수정]“요즘처럼 불안한 나날 속에서 내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의 외출이 제한되자 본인의 유튜브,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촬영한 연주 동영상을 올렸다. ‘Songs of Comfort(위로의 노래)’라는 제목과 함께.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등 요요마가 연주한 위로의 노래는 미셸 오바마 여사를 비롯해 1800만 명 이상이 봤다. 오바마 여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요요마의 연주 동영상을 리트윗한 뒤 “우리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음악은 우리를 결합시키고, 정신을 고양시키는 힘이 있다”고 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지친 한 해였다. 사람과의 만남, 여행 등이 제한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시대를 버틸 수 있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은 대규모 콘서트를 할 수 없게 되자 전 세계 팬들을 위해 올 4월과 6월 언택트 콘서트인 ‘방방콘’(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을 선보였다. 6월에 열린 ‘방방콘 더 라이브’는 당시 100여 개국에서 75만6000여 명이 동시 접속해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본 라이브 스트리밍 콘서트로 기네스 세계 기록을 달성했다. 클래식인지 가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힘든 시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 올 한 해 음악으로 위로를 얻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운동에 꽂힌 이들도 많다. 전염병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운동하는 이들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탁 트인 공간에서 적은 인원이, 혹은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등산, 서핑, 골프 등이 주목받고 있다. 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집 근처 산을 오르고 있다는 한 지인은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곳은 산밖에 없는 것 같다”며 “산을 오르내리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건강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은 내년을 관통하는 트렌드 중 하나로 ‘오하운(오늘하루운동)’을 소개했다.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되어 운동에 대한 관심의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진 가운데 야외 활동에 대한 갈증이 커지면서 등산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1년을 팬데믹과 불균일한 경기 회복이 이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해로 전망했다. 2021년 세계경제 10대 트렌드 중 하나는 ‘덜 자유로운 세상’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있지만 새해에도 국경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여행은 힘들 것이란 예측이다. 팬데믹 2년 차에 들어서는 내년에도 우리는 여전히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랜선 여행, 방구석 1열 콘서트, 새벽 등산, 홈 인테리어, 명상, 집안 정리, 요리 등 올 한 해 지친 우리를 달래준 것들이 많다. 내년에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힐링 시간은 필요할 것 같다. 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crystal@donga.com}2020-12-30 03:00
공교육 불신이 가져온 역대급 사립초 경쟁률[광화문에서/신수정]지난달 추첨한 2021학년도 서울 사립초등학교의 입학 경쟁률은 예년보다 높았다. 일부 인기 학교들은 15 대 1에 육박했고 10 대 1을 넘은 학교들도 많았다. 보통 2 대 1, 높아야 5 대 1 정도 했던 경쟁률이다. 예비 초1 엄마들 사이에서는 역대급 경쟁률이란 말이 나왔다. 작년 대비 경쟁률이 크게 높아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중복 지원, 중복 당첨이 허용된 게 컸다. 기존에는 중복 지원이 불가능해 가장 원하는 한 곳만 고민해서 내야 했다. ‘언택트’ 방식인 전산추첨 등으로 이뤄진 올해는 3군데 이상 지원했다는 학부모도 많다.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로 공립학교의 민낯을 본 학부모들이 사립초로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사립초 맘카페 등에는 “사립 생각 전혀 없다가 공립 하는 거 보고 마음 바꿨다”, “주변 공립초 보낸 선배 엄마들이 무조건 사립 보내라고 한다”, “공립에서는 제대로 된 돌봄을 기대하기 어렵다” 등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학교를 못 가니 사립초에 비싼 학비를 주고 보내는 게 아깝다는 의견이 많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본격적인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사전 녹화된 수업 영상이나 EBS 위주로 틀어주는 공립초와 달리 사립초에서는 거의 모든 과목에서 교사가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쌍방향 수업이 이뤄졌다. 실제로 올해 사립초들은 입학 설명회에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수준 높은 쌍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해 대면 수업 못지않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음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최근 서울 서초구 경원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을 잘 보여준다. 내년 3월 경원중을 마을결합 혁신학교로 전환한다는 소식에 학부모들은 혁신학교 철회를 외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009년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 시절 도입한 혁신학교는 강의 중심이 아닌 체험과 토론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창의인성교육’을 지향한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지만 일부 학부모는 ‘혁신학교에서는 가르치는 게 없어 따로 학원을 가야 해 사교육비가 더 든다’, ‘교사만 편한 곳이 혁신학교다’라며 거부하고 있다. 언제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원격수업은 이젠 뉴노멀이 된 시대다. 부실한 원격수업은 학력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체험과 토론도 좋지만 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을 듣지 못하고,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면 학력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역대급 사립초 경쟁률을 중복 지원이 야기한 결과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일부 학부모의 잘못된 오해라고 하고 넘어간다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왜 학부모들이 공짜로 다닐 수 있는 공립초를 놔두고 연 1000만 원 넘게 주고서라도 사립초에 보내고 싶어 하는지, 혁신학교는 안 된다며 엄동설한에 1인 시위에 나섰는지 그 마음을 헤아렸으면 한다. 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crystal@donga.com}2020-12-09 03:00
천사의 마지막 선물, 누군가에겐 새 삶이 된다[광화문에서/신수정]“딸이 크면 엄마가 장기 기증으로 누군가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는 걸 꼭 얘기해 줄게요.” 올 8월 뇌사 판정 뒤 장기 기증으로 여러 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홍성숙 경사(42)의 남편 안치영 씨가 한 말이다. 부부에게는 19개월 된 딸이 있다. 홍 경사는 집에 오는 길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 판정을 받았다. 홍 경사 생전에 부부는 장기 기증을 하자고 서로 약속했다. 12일에는 부산의 한 호텔에서 현수막을 설치하다 추락해 뇌사 상태에 빠졌던 손현승 씨(39)가 3명에게 심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가족들에게 손 씨의 장기 기증을 설득한 건 친형인 손봉수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였다. 손 교수는 “현승이의 일부가 다른 누군가의 삶 속에 살아 있는 것이 남은 가족들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2188명이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많은데 장기 기증자 수는 몇 년째 제자리다.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2016년 573명, 2017년 515명, 2018년 449명, 2019년 450명, 올해는 17일 기준으로 422명이다. 현행법상 본인이 생전에 기증 희망 등록을 했어도 유가족 1인의 동의가 없으면 기증이 불가능하다. 장기 기증을 지금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남은 가족의 동의를 얻는 게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뇌사 판정을 받은 2484명 중 실제 이식까지 이어진 뇌사자는 450명에 그쳤다. 가족들의 동의를 받지 못해 기증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국내 장기 기증 건수를 늘리려면 무엇보다 생명 나눔에 대한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증자와 유족의 자긍심을 높여줄 수 있는 기념공원 건립, 유족과 수혜자의 간접 교류 허용 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유족들은 수혜자를 통해 먼저 떠난 가족을 느낄 수 있다. 2016년 1월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김유나 양(18)은 등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나 양은 27명에게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유나 양의 어머니 이선경 씨는 최근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의 인터뷰에서 “유나의 심장을 이식받은 분이 편지와 함께 곰 인형에 이식받은 자기 심장박동 소리를 녹음해서 선물로 보내줬는데 상상 이상으로 정말 큰 위로가 되고 있다”며 “행여 고장이 날까 봐 지금은 휴대전화로 다시 녹음해서 듣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무엇보다 감동적인 장기 기증 이야기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이 문제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첫 번째 생일을 갓 넘기고 또래 친구들에게 심장 등을 선물하고 떠난 서정민 군이 그렇다. 서 군의 어머니 이나래 씨는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했는데 이식만 받으면 살 수 있는 아이들이 적지 않단 얘기를 들었다”며 “그 아이들이 건강해져서 잘 뛰어놀면, 다른 방식이지만 정민이가 같은 하늘 아래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결심했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주고 떠난 이들의 영면을 빈다.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crystal@donga.com}2020-11-18 03:00
불신 불안 불만… 30대가 ‘영끌’에 나선 이유[광화문에서/신수정]“오늘도 대출금을 떠올리며 외식하고 싶은 거 참고, 짜장면 시켜 먹고 싶은 거 참고 짜파게티 끓여 먹고, 가을에 어울릴 만한 립스틱 하나 집어 들고 한참 고민하다 ‘에이 마스크 쓰는데 이 돈으로 대출이나 한 푼 더 갚지’ 하며 결국은 내려놓는 여러분께 진심 어린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 시리즈로 유명해진 39세 주부 논객 ‘삼호어묵’이 이달 중순 회원 수 100만 명을 넘는 한 유명 부동산 카페에 올려 많은 공감과 지지를 얻은 글 ‘30대 영끌족들에게’의 마지막 문장이다. 삼호어묵은 이 글에서 “일부러 어렵고 힘들고 불안한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바로 30대 영끌족들”이라며 “30대 영끌족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하지 않은 30대는 집값 상승의 주범 따위가 아니라 인생을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살아가는 주역들”이라고 했다. 1000개가 넘는 댓글 중 상당수는 30대 흙수저 영끌족들이 썼다. 이들은 집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투기꾼, 적폐로 몰리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우리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진심이 담긴 글에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최근 신용대출을 비롯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30대가 늘고 있다. 21일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현황에 따르면 9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790건으로 전체 거래량(4795)의 37.3%나 됐다. 작년 1월 연령대별로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치다. 영끌해서 집을 장만한 30대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불안해서 샀다는 이들이 많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를 믿고 기다렸는데 집값이 떨어지기는커녕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무섭게 오르는 집값을 보며 매매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꺼내든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요구권으로 전세 물량이 부족해진 것도 30대를 영끌하게 했다. 자칫하면 전세마저 구하지 못해 월세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들을 매매 시장으로 이끌었다. 높은 청약 문턱도 30대가 영끌로 집을 사는 이유다. 최근 발표되는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청약 가점 커트라인은 50, 60점을 훌쩍 넘는다. 40, 50대 무주택 고가점자도 많은 상황에서 30대가 청약 가점 경쟁에서 이들을 이기기는 어렵다. 청약 당첨 가능성은 희박하고, 연일 아파트 값은 오르고, 무리한 법 시행으로 전세는 씨가 말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지 않겠는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 8월 국회에서 “법인과 다주택자 등이 보유한 주택 매물이 많이 거래됐는데, 이 물건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이다.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정부는 30대를 영끌하게 한 이유가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는 사실부터 인정했으면 한다. 30대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비싼 집을 사는 게 진심으로 안타깝다면 지금이라도 부동산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받아들이고 시장과 소통하면서 정책을 바꾸길 바란다.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crystal@donga.com}2020-10-28 03:00
우리 모두의 관심이 아이들을 살린다[광화문에서/신수정]#1. 지난해 9월 인천에 사는 5세 A 군은 계부(26)에게 20시간 넘게 온몸을 맞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2018년 7월 계부의 학대로 보육원에 입소해 1년간 지내다 올해 7월 아동 보호명령이 끝나 집으로 온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계부는 심리치료 및 부모교육도 중단했다. 계부가 있는 집으로 A 군이 다시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나 예상 가능했지만 A 군을 구조해준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2. 올해 5월 경남 창녕에 사는 9세 B 양은 4층 집 베란다에 갇혀 있다 난간을 통해 옆집 베란다로 이동한 후 탈출했다. 멍든 얼굴에 맨발로 다니는 왜소한 체구의 여자아이를 40대 C 씨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B 양 또래의 두 자녀를 둔 엄마인 C 씨는 배고프다는 B 양을 편의점으로 데려가 우선 먹였다. 불안해하는 아이를 달랜 후 그녀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서에 신고했다. 한 어른의 관심으로 B 양은 친모와 계부의 학대가 지속된 지옥을 벗어나 과거 2년간 같이 살았던 위탁부모와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아이들의 신호에 응답하라’는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8월 말 내놓은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아동학대로 사망에 이른 아동은 42명이나 된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 4만1389건 중 75.6%(2만2700건)가 부모에 의한 학대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이들은 있는 힘을 다해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멍이 든 채로 동네를 다니고, 뼈가 부러져 병원에도 간다. 때리는 소리와 우는 소리가 들리고, 학교나 보육기관에도 오지 않는다. 부모 훈육이겠지, 남의 집 일이잖아, 신고까지 해야 하나 등의 이유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동안 많은 아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동학대는 이전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37개국 11∼17세 어린이 8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3월 이전까지 평균 8%에 머물던 전체 아동 중 학대신고 비율은 3∼8월 평균 17%로 급증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도를 보완하고 정책을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아동학대 발견 비율은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아동 1000명당 학대 피해아동 발견율은 3.8%에 불과하다. 미국과 호주의 9%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하는 학대 전담 공무원을 전국 단위로 배치하고, 학대조사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주변 이웃 어른들의 세심한 관찰과 적극적인 신고도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 우리 사회는 피해 아동이 스스로 세탁실 창문을 넘어 배관을 타고 탈출하기까지 아무런 도움이나 관심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 대해 우리는 뼈아픈 반성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11세 자녀를 학대한 친부와 계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면서 담당 판사가 한 말이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구조 신호에 관심을 가지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신수정 디지털뉴스팀 차장 crystal@donga.com}2020-1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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