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굴이다. 굴의 다른 이름은 ‘석화(石花)’인데, 석화는 굴이 껍데기째로 있는 것이고 여기서 살만 분리한 게 굴이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 불릴 만큼 몸에도 좋다.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굴 수확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이뤄지는데, 1월에 가장 맛있고 영양이 풍부하다. 굴에 있는 아연, 아르기닌, 글리코겐은 시너지 효과를 내며 면역력과 스태미나를 끌어올린다. 아연이 부족하면 어린이는 성장이 늦어지고, 성인은 탈모와 눈의 노화가 가속화된다. 그런데 굴 100g에는 아연이 약 90mg 들어 있다. 꼬막의 60배, 소고기 목살의 10배에 해당되는 양이다. 하루 아연 섭취 권장량이 15mg으로, 굴 2∼3개면 채울 수 있다.
아연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돕고 정자 생성 및 활동성을 활발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아르기닌도 아연과 함께 정자의 활동성을 증진시킨다. 카사노바도 이 사실을 알았는지 아침마다 굴을 50개씩 먹었다고 한다.
굴 당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글리코겐과 굴에 풍부한 타우린 성분은 피로 해소를 돕는다. 타우린은 저하된 간 기능을 보강하는 작용도 하므로, 음주나 과로로 간에 피로가 쌓인 사람들에게도 굴은 약이 된다.
이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굴 껍데기까지 전부 약재로 쓰고 있다. 굴 껍데기를 가열한 뒤 빻아서 가루를 낸 것의 약재명은 ‘모려분(牡蠣粉)’이며, 굴의 살 부분을 ‘모려육(肉)’이라 한다. 모려육은 혈액을 생성하는 양혈(養血) 작용과 우리 몸의 진액을 생성하는 보음(補陰)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빈혈, 월경 불순이 있거나 조기 폐경의 우려가 있는 여성에게도 활용된다.
굴은 피부 미용에도 좋다. 굴에 풍부한 단백질이 피부 탄력을 높이고, 멜라닌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굴은 살결을 곱게 하고 얼굴빛이 좋아지게 한다’는 기록이 있고, ‘배 타는 어부의 딸 얼굴은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 얼굴은 하얗다’라는 옛 속담도 있는데, 모두 경험에서 나왔다고 생각된다.
다만 굴을 먹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구토와 설사, 탈수를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다. 노로바이러스는 굴 내장에 잘 달라붙는데, 바이러스가 미처 죽기 전에 굴을 먹게 되면 장염을 일으킨다. 소량의 바이러스만으로도 쉽게 감염될 수 있고, 영하 2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을 잘 해 겨울철에 주로 문제가 된다. 이를 피하는 방법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익히면 된다. 85도 이상으로 1분 이상 가열하면 노로바이러스가 사멸한다.
제철 생굴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굴을 잘 골라야 한다. 신선도는 기본이고, 마트에서 봉지굴을 구입할 때 ‘가열 조리용’ ‘익혀 먹는 용’이라는 표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된 해역에서 생산된 모든 굴 제품에 이 표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
잘 씻어 먹는 것도 중요하다. 주꾸미나 낙지 등은 흡착력이 높은 밀가루로 박박 문질러 씻기도 하지만, 생굴은 이러면 흐물흐물해진다. 대신 소금이 사용되는데, 소금 입자 역시 굴에 상처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소금을 물에 녹여 소금물에 씻는 게 하나의 팁이다. 또는 무를 갈면 식중독균을 억제하는 알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라는 성분이 나오므로, 굴을 무즙에 잠시 담가 불순물을 빼낸 뒤 찬물에 살살 흔들어 씻어도 된다.
정세연 한의학 박사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라레 채널’을 통해 각종 음식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1월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약 107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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