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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돈 안 쓴 나토국 침공 러에 장려”… ‘애치슨 악몽’ 되살린 트럼프

입력 2024-02-13 00:00업데이트 2024-02-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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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콘웨이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의 침공을 부추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AP 뉴시스크게보기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콘웨이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의 침공을 부추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AP 뉴시스
11월 미국 대선의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의 가치를 무시하는 발언을 또 쏟아냈다. 그는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장에서 재임 중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일화를 거론하면서 “(나토 회원국) 대통령 한 명이 ‘방위비를 내지 않더라도 러시아가 우리를 침공할 때 미국은 우리를 방어할 것인가’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원하는 걸 뭐든 하도록 장려하겠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군사원조 부담이 너무 크다는 발언 끝에 나왔지만, 푸틴의 호전성에 비춰 볼 때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1950년 미국이 극동 방위선에서 ‘일본은 포함시키되 한국은 배제한다’는 취지의 애치슨 선언을 한 일이 떠오른다. 딘 애치슨 당시 국무장관의 구상은 김일성 오판의 한 요인이 됐고, 5개월 뒤 6·25전쟁이 벌어졌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동맹 경시 혹은 무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트럼프 리스크가 실재(實在)함을 재확인해 준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32개국이 참여하는 나토와 같은 집단방위 체제든 한미동맹 같은 1 대 1 동맹이든, 군사동맹은 참여국 모두가 수혜자다. 미 대통령 중 트럼프만이 ‘미국만 손해’라는 인식을 반복해 드러내고 있다. 그가 재집권할 경우 푸틴 시진핑 김정은 등이 미국의 동맹 의지와 안정 유지 노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앞날도 걱정하게 만든다. 첫째, 동맹을 돈으로만 따진다는 점이 그렇다. 나토의 회원국 상당수가 “2024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올리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러시아 침공을 독려하겠다는 말은 가당치 않다. 둘째, 상호방위라는 문서상 약속을 혼자 생각만으로 무효화할 수 있다는 발상도 그렇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이 공격당할 때 공동 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이런 약속조차 안 지키면 미국은 한국 일본 필리핀 이스라엘 등과 맺은 동맹 리더십을 어떻게 유지할 건가. 유사한 맹약을 담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3조도 모른 척할 수 있다는 뜻인가.

사설
그의 대통령 시절 안보 참모들의 반대로 동맹 경시가 정책으로 이어진 것은 일부에 그쳤지만, 충성파 비중이 더 커졌다는 2기 행정부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그가 재집권한다면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 확대와 주한미군의 감축 요구는 상수로 여겨야 한다. 또 김정은과 벌일 비핵화 이벤트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고, 트럼프의 불개입 원칙을 기회로 여길 때 생기는 곳곳의 군사분쟁 해결에 우리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미리 대비해야 할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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