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트롤의 엄마[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300〉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0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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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를 닮은 귀여운 동물 무민트롤. 그는 비가 오자 집 안에서 친구들과 숨바꼭질 놀이를 한다. 그는 숨을 곳이 마땅치 않자 구석에 놓인 까만 모자 속으로 들어간다. 꼬리를 안으로 잡아당기고 몸을 움츠리니 숨기에 완벽하다. 친구들은 그를 찾지 못해 난리다. 얼마 후 그는 그들을 생각해서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예쁘고 귀엽던 귀는 냄비 손잡이같이, 조그맣고 귀엽던 눈은 수프 접시같이, 귀엽고 멋진 꼬리는 빗자루같이 변한 탓이다.

그가 아무리 무민트롤이라고 말해도 돌아오는 것은 야유와 비웃음뿐이다. 거짓말한다고 얻어맞기도 하고 사기꾼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엄마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울먹이며 엄마에게 말한다. “자세히 보세요, 엄마. 엄마라면 엄마의 아들 무민트롤을 알아보실 거예요.” 엄마는 겁에 질린 아들의 눈을 지그시 들여다보더니 말한다. “그래, 내 아들 무민트롤이 틀림없구나!” 그러자 커졌던 귀와 눈과 꼬리가 줄어들면서 예전의 모습이 된다. 엄마의 말이 그를 정상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마법사의 모자와 무민’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동화에는 삶에 관한 깊은 사유가 담겼다. 우리도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상한 모습으로 변할 때가 있다. 물론 심리적이고 은유적인 차원의 변화다. 우리의 말과 행동과 생각이 남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무민트롤처럼 따돌림을 당하고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그레고르처럼 벌레가 되어 가족에게마저 배척당할 수 있다. 그러한 우리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은 무민트롤의 엄마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따뜻한 신뢰의 눈길이다. “엄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알아보잖니.” 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보고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는 한, 우리는 무민트롤이나 그레고르처럼 변했다가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무민트롤의 엄마#마법사의 모자와 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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