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밀실·독단 인사가 부른 野 혁신위원장 낙마 사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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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혁신위원장에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임명했지만 이 이사장은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면서 임명 9시간여 만에 사퇴했다.
 이 대표 오른쪽은 박광온 원내대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혁신위원장에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임명했지만 이 이사장은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면서 임명 9시간여 만에 사퇴했다. 이 대표 오른쪽은 박광온 원내대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당 혁신위원장에 임명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불과 9시간 만에 사퇴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최근까지도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한 미 패권세력’ ‘코로나19 진원지는 미국’ 등 근거 없는 음모론적 발언을 해 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전쟁 범죄자’로 몰아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많은 인사를 임명한 민주당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가 유감스럽다.

이 이사장의 발언도 그렇지만 폐쇄적인 인선 절차도 문제다. 이 대표는 임명 하루 전날에야 지도부 인사들에게 인선 내용을 알렸다고 한다. 추천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거의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뒤늦게 “도대체 누구냐”며 수소문하는 일이 벌어졌고, 그의 과거 소셜미디어 발언이나 언론 기고문조차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 당 지도부가 임명 직후엔 이 이사장을 옹호하다가 뒤늦게 발을 빼면서 허둥댄 배경이다. 밀실에서 이뤄진 독단적 의사 결정이 부른 혼란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친형 강제 입원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자 이 이사장은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올 2월엔 “까면 깔수록 이재명은 깨끗하고 윤석열은 더럽다”며 이 대표를 적극 옹호했다. 혁신위원장이 당내 계파 갈등을 추스르고 당 쇄신을 하기 위해선 비주류 진영도 수긍할 만한 신망과 중립적 성향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 ‘호위무사’로 비치는 인사에게 민감한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 해결의 전권을 주겠다고 했으니 비명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14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재창당하는 각오로 쇄신에 나서겠다며 혁신기구 구성을 결의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 의혹, 혐오의 문자 폭탄으로 얼룩진 팬덤 정치 등이 쇄신 과제로 모아졌다. 그러나 혁신위원장 인선부터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재창당 각오’는 빈말이었나. 이번 낙마 사태가 민주당 쇄신 방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민주당#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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