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댄스 춘 뒤 가슴 활짝 펴고 고개 빳빳하게 세우고 살아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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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팀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하운폴댄스학원에서 폴댄스 ‘백슈퍼맨’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척추협착증 등 ‘종합병동’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는 2017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해 몸을 만들었고 폴댄스와 플라잉요가, 필라테스까지 섭렵해 
‘철녀’로 거듭났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지영 팀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하운폴댄스학원에서 폴댄스 ‘백슈퍼맨’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척추협착증 등 ‘종합병동’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는 2017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해 몸을 만들었고 폴댄스와 플라잉요가, 필라테스까지 섭렵해 ‘철녀’로 거듭났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초등학교 때까지 교통사고를 3번이나 당했다. 중학교 이후엔 온갖 염증을 달고 살았다. 구내염, 림프샘염, 편도샘염, 만성기관지염…. 스무 살을 넘기면서 ‘종합병원’으로 불렸다. 서른을 넘기면서 척추관협착층과 골감소증이란 진단까지 받았다. 이지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 심사평가팀장(46)은 6년 넘게 병원을 전전하다 운동을 통해 완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마흔에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이 그를 ‘철녀’로 바꿔 놓았다.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어요. 병원에서 등산하지 말고, 무거운 것 들지 말라, 동네 슬슬 걷는 것 외에 하지 말라고 했죠. 짜증이 났어요. 환자 몸을, 한 사람의 인생을 너무 쉽게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오기로 운동을 시작했죠.”

이 팀장은 2017년 헬스클럽에 연간 회원으로 등록했다. “한두 달만 등록하면 중도에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어나 처음 하는 운동이라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버텼다. 6개월이 지나니 몸이 반응했다. 근육이 잡히자 척추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1년 후엔 척추관협착으로 인한 통증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작 1년 뒤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PT를 해준 코치의 권유였다. 운동으로 만들어진 몸을 사진으로 보면 성취감을 느끼고 동기부여도 되기 때문이라고.

“몸이 건강해지자 다른 욕심이 생겼어요. 춤을 추고 싶었어요. 댄스학원을 검색해봤더니 제일 위에 ‘폴댄스’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아니 발을 바닥에 안 대고 어떻게 폴에서 춤을 추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체험을 했죠. 그날로 반해버렸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헬스클럽에 못 가게 된 2020년 4월 폴댄스를 시작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약 3년 해 폴을 잡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림도 없었다. 더 큰 힘이 필요했다. 기술을 배우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온몸이 멍들고 폴에서 몸을 뒤집는 고난도 기술을 배우다 양쪽 다리 햄스트링까지 찢어졌다. 효과는 좋았다. 운동량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몸에 잔근육까지 잡히며 아이 낳고 커리어우먼으로 살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여성성’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20대에 입던 옷까지 소화할 수 있었다. 폴에서 춤추려면 체중을 줄여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도 됐다. 체중이 준 뒤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이 팀장은 “폴댄스 하면서 음악과 하나되는 나를 보며 어느 순간 ‘운동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즐기게 됐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이 팀장은 ‘운동 전도사’가 됐다.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운동을 권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회사에도 아프고 약한 사람들이 있어 도와주고 싶었다. 그런데 가르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고 했다. 헬스를 비롯해 폴댄스, 필라테스, 플라잉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했다. 이 팀장은 “운동생리학, 스포츠심리학, 운동역학, 해부학 등을 배우니 다른 사람을 지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리고 강원 원주의 회사 본사에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운동 건강법 노하우를 전수했다. 지난해 수원지원으로 발령이 나면서 그만뒀지만 언제든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지도하고 있다. 운동의 효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그가 운동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스토리를 ‘내 몸은 거꾸로 간다’(필명 이지)는 책으로 엮었다.

이 팀장은 지금은 주 3회 이상 폴댄스를 즐기면서 생활 속 운동도 실천하고 있다. 빨래를 너는 것도 노동이 아닌 운동이다. 설거지도 자청해 한다. 복근에 힘을 주고 고관절을 돌리면서 그릇을 씻는다. 무엇이든 옮기는 일도 도맡는다. ‘데드리프트’(등을 펴고 바벨을 땅에서 들어 올리는 운동)로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 빼놓지 않는 운동이 있다. 스쾃과 팔굽혀펴기, 크런치(복근운동). 단 5분만 투자해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이다.

“폴댄스는 가슴을 활짝 펴고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게 해줍니다. 플라잉요가는 찌든 때가 끼어 있는 혈관과 림프관을 깨끗하게 하죠. 필라테스는 몸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우리 몸은 움직일수록 건강해져요.”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지영 팀장#염증#폴댄스#플라잉요가#필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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