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정부 경기 둔화 인정에도 국회에서 뒷전인 경제 법안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7일 21시 30분


박희창 경제부 기자
박희창 경제부 기자
‘K칩스법’(반도체산업강화법)의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과 재정준칙 법제화는 결국 이달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 법안들”이라고 했던 법안들이다. 하지만 여야 대치가 이어지면서 관련 논의는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지만 아직 날짜도 잡지 못했다. 여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이들 법안 처리가 3월에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온다.

조특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된 데는 기재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 크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높이는 내용의 개정안을 이미 통과시켰다. 더 높이자는 여야의 주장에도 기재부가 “지금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지원 중”이라고 해 정부 뜻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 지원을 확대하라고 지시하면서 기재부는 세액공제율을 다시 15%로 상향하기로 했다. 국회 통과 11일 만에 또 법 개정을 들고나온 기재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야당은 여기다 또 다른 ‘부자 감세’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중소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도 25%로 현행보다 9%포인트 더 높이지만 대부분의 혜택은 일부 대기업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40조 원 이상 돈을 버는 기업을 왜 국민의 혈세로 지원해야 하느냐”며 “행정적 지원, 원스톱 서비스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세액공제율 상향으로 줄어드는 세수는 매년 1조3700억 원이다.

정부가 2월 통과를 낙관했던 재정준칙 법제화도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설 때는 적자 폭을 2% 이내로 유지해 관리를 강화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법제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5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에 신용평가사들을 만났을 때 연내에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올해 다시 만나 ‘왜 아직도 안 됐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재정준칙으로 국가 재정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조특법 개정안도 기업의 선택과 직결된다. 개정안이 올해 안에만 통과되면 기업들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연내에 통과되지 않을 확률이 1%라도 남아 있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기업이 선뜻 투자에 나서긴 쉽지 않다. 최근 정부는 공식적으로 우리 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인정했다. 적어도 국가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경제 법안들에 대해선 정치의 본질인 타협과 협력을 발휘하는 게 경기 둔화 속 국회의 역할이다.

#정부#경기 둔화#경제 법안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