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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1등을 못하면 우는 아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2-11-30 03:00업데이트 2022-11-3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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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칭찬하는 방법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운동이든 시험이든 자신이 1등을 하지 못하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다. 왜 그럴까? 이런 행동은 어른들의 칭찬과 관련이 깊다. 이 아이들은 1등만 잘한 것이고, 1등만 좋은 것이고, 1등만 자랑스럽게 느껴져서 1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100점을 맞았다. 어른들은 묻는다. “오늘 100점 맞은 친구 몇 명이었어?” 아이가 시험을 잘 봤다. 어른들은 묻는다. “너보다 잘한 애는 누구야?”, “너는 몇 등이야?” 아이가 가장 잘했을 때, 혼자서만 100점을 맞았을 때 어느 때보다 가장 강렬한 칭찬을 한다. 칭찬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부분을 과도하게 칭찬하면 자아상에서 그 비중이 너무 커지므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어른들은 아이가 1등을 한 것보다 열심히 한 과정을 더 자랑스럽게 여기고, 끝까지 마무리를 해낸 것을 더 칭찬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이가 1등을 못했다고 울고불고 난리라면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우는 아이에게 “속상할 필요 없어. 그런 걸로 속상해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속상할 필요가 있어서 속상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 마음이 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속상해하면 “네 마음이 지금 속상하구나”라는 정도로 그 마음은 수긍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데 보니까 너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하더라. 그것도 굉장히 자랑스러운 거야”라고 말해줘서 다른 면에서 작은 기쁨이나 자부심을 깨달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뭐가 잘 안 풀리면, 어떤 사람들은 막 화내고 자리에서 일어나거든. 너는 끝까지 풀려고 하더라. 아주 자랑스러운 거야. 네가 가지고 있는 매우 좋은 면이야”라고 말해줘도 아이가 자기 자신에게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등을 못했다고 조금 속상해하는 아이를 만나면 “공부는 앞으로 배워 갈 게 엄청 많아. 어떤 것은 좀 어려워서 배우면서 충분히 이해가 안 되기도 해. 그럴 때는 ‘아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한 번 알고 가는 것도 중요한 거거든.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 자신을 위해서 많은 걸 경험하고 알아가는 거야. 1등이 아니란다”라고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운동 같은 것을 1등을 못해서 속상해한다면, “네가 운동을 해서 몸이 즐겁고 건강해지는 것이 좋은 거지, 1등이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해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런데 왜 만날 1등에게 상을 주고, 1등을 뽑아요?”라고 따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솔직하게 말한다. “그건 어른들이 잘못하는 거야. 어른들이 문제야. 애들을 왜 그렇게 괴롭힐까? 1등을 못해 봐서 한이 맺혔나?” 이렇게까지 얘기하면 어떤 아이는 갸우뚱하며 “그러면 1등이 나쁜 거예요?”라고 묻기도 한다. “아니 나쁜 것이 아니라 그냥 배워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지. 그 과정에서는 즐거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당연히 있거든. 그걸 그냥 겪어가는 거야. 인생에서 1등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라고 다시 말해준다.

얼마 전에 만난 아이는 엄마가 받아쓰기를 100점 맞지 않으면 그렇게 혼을 낸다면서 이르듯이 말했다. 아이는 받아쓰기 할 때마다 틀릴까봐 너무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고 했다. 받아쓰기는 그래도 우리 모국어니까 좀 정확하게 맞춤법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강조해서 한 번 얘기해주는 정도면 된다. 나는 그 아이에게는 “만화 같은 것을 읽는데, 멋지게 생긴 주인공이 글자를 쓰는데 ‘착하게’라고 써야 하는 것을 ‘차카게’라고 쓰면 좀 그렇잖아. 이왕이면 자기 모국어 맞춤법은 정확하게 써야지. 그래서 학교에서도 자꾸 연습시키는 거야. 하지만 그걸 못한다고 혼날 일은 아니야. 선생님이나 엄마가 혼낸다면, 그건 선생님이나 엄마가 잘못하는 거야”라고 말해줬다. 1등과 마찬가지로 100점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1등은 언제나 1명밖에 없다. 100점도 쉽게 맞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실수를 하면서 배워 나간다. 늘 숫자 1등과 100점을 통해서만 자긍심을 느낀다면, 1등을 할 수 없는 그 많은 상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에 대한 자긍심보다는 패배감과 좌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1등을 하지 못했다고, 100점을 맞지 못했다고 혼을 내면 아이들은 언제나 혼날 일투성이다.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1등이든 아니든 100점이든 아니든 아이는 자신에게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도록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1등을 못해도 ‘내가 이번에 최선을 다했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자신에게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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