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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이승헌]새삼 대통령의 정치적 매력을 생각한다

입력 2022-10-05 03:00업데이트 2022-10-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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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품격 위엄 권위는 소중한 국정 동력
순방 논란으로 언행 중요성 확인하면 전화위복
이승헌 부국장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여파가 이런 식으로 이어질지는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발언 논란에 대해 보여준 대처와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은 대선 못지않게 비호감이다.

어쩌다 한국 정치가 이 지경이 됐을까. 여러 원인이 작용했겠지만, 일단 야당이란 변수를 빼고 제1상수인 대통령의 국정 동력에 대해 생각해 봤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통령을 하려면 견고한 지지층이나 일정 수준의 원내 세력, 또는 지역 기반 중 한두 개는 필요하다고들 한다. 윤 대통령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20%대 중후반의 지지세와 윤핵관, 그리고 대구경북 등의 기반이 있다. 그럼에도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취임 후 가장 낮은 24%대의 지지율로 다시 내려갔다. 순방 논란 탓이라지만 한미동맹 강화, 한일 관계 개선 등 큰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잘 드러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필자는 대통령의 부족한 정치적 ‘매력 자본’이 그중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를 지낸 캐서린 하킴 박사가 쓴 동명의 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진 매력 자본은 돈, 스펙 말고 상대방을 끌어당기는 개인의 역량을 말한다. 퍼스낼리티의 영역이다. 이를 정치의 틀로 보면 국민들의 마음을 사고, 정적이나 상대방의 호감을 이끌어내 국정 동력을 마련하는 것을 뜻한다.

하킴의 매력 자본 개념이 아니더라도 동서양의 유명 정치 지도자는 각자의 정치적 매력을 국정 동력으로 삼아 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어눌하지만 사안의 핵심을 뚫는 직관의 언어와 실천력으로 승부사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정보화 등 어젠다를 던지며 시대를 이끌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거칠긴 했어도 지역감정과 기성 질서에 도전하며 뿜어낸 사자후가 매력 자본이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는 듣다 보면 눈물나는 품격과 공감의 언어가 압권이었고, 조지 W 부시는 부족해 보이면서도 눈높이를 낮춰 사람들에게 친구처럼 다가갔다.

이렇게 정치 지도자의 매력은 결국 언행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순방 중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매우 소모적이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갖춰야 할 말과 행동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웠다는 점에서는 필요악인 측면도 있다. 지금 상황이 온전히 윤 대통령의 탓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야당에서 모든 이유를 찾으려 한다면 답은 없다. 사람들이 윤 대통령의 문제 발언 중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불분명한 그 표현 때문에 실망하는가. 오히려 ‘이 ××’ ‘쪽팔려서’란 표현을 사용하고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하니까 고개를 가로젓는다.

탈(脫)권위의 시대라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대통령 같은 정치 지도자에게 세상에서 사라져 가는 품격 위엄 권위 같은 가치를 기대한다. 그런 게 지도자에게 느끼고 싶은 매력이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군주제 논란에도 그리 사랑받고 떠난 것도 70년간 온 힘을 다해 왕관의 무게를 견디며 권위를 지켜냈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법리적으로 딱 부러지게 잘못한 것도 없으니 현 상황이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은 사실에 대한 진상 규명 전에 판단이 끝나는 경우가 있다. 이 사안을 법조인의 시각으로만 보면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검사 시절의 언행은 버리고, 절차탁마한 말과 행동이 자신을 다시 세울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아직 시간은 충분히 있다.

이승헌 부국장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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