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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MBTI, 무슨 유형이세요?”[2030세상/김소라]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입력 2022-08-16 03:00업데이트 2022-08-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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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나 자신을 아는데 그런 테스트는 필요 없다.” 뮤지션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박재범 씨가 K팝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 MBTI 유형을 묻는 질문에 한 대답이다. 이 말이 반가웠다. 나도 MBTI 부정론자이기 때문이다. 한편 당당하게 견해를 밝히는 그가 부럽기도 했다. 나는 사실 소극적 MBTI 부정론자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누군가 MBTI 유형을 물었을 때 박 씨처럼 소신 발언을 하지 않고 적당히 대답한다.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일까 싶어서다.

MBTI는 ‘마이어-브릭스 성격유형지표’의 약자다. 이 테스트가 크게 유행한 지 3년째, 이제 E, I, S, N 등의 알파벳으로 표현되는 MBTI 지표들은 젊은이들의 기본 상식이 됐다. 일상 속 대화는 물론이고 미디어에서도 “역시 S들은 N을 이해 못 해”라거나 “전형적인 INFP” 같은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설명해 주는 경우는 드물다. 모두 알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2030세대에서 MBTI를 부정하면 다수가 참여하는 사회적 놀이에서 빠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MBTI를 부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학적이지 않아서다. MBTI의 MB인 마이어와 브릭스는 모녀 사이다. 메르베 엠레의 책 ‘성격을 팝니다’는 두 사람이 일생 동안 MBTI를 고안하기 위해 헌신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다룬다. 읽다 보면 그들의 끈기에 감탄하게 되지만, 끈질긴 집념과 별개로 그들은 전문적 지식이 없는 아마추어였다. MBTI에 과학적 근거와 통계적 검증이 부족한 이유다.

사람을 유형으로 분류하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요즘은 처음 만나는 사이에 어색함을 풀기 위해 MBTI를 묻는다. 나는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ENTJ 같은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생각보다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을 16가지 틀 안에서 마음대로 해석하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그냥 재미로 한다”는 주장이나 “너의 MBTI는 원래 MBTI를 믿지 않는 유형이야” 같은 MBTI 세계관적 답변 앞에서 힘을 잃고 만다.

그런데도 MBTI가 부정하기 힘든 인기를 이어가는 이유는 단순해서다.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이라는 분류는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각 지표가 상호 배타적이니 더 명쾌하다. 결과 유형이 16개밖에 되지 않으니 암기하기도 쉽다. 이렇게 정리하면 MBTI의 특징은 성공적인 성격 유형 검사라기보다는 잘 팔리는 대중문화 상품의 특징에 더 가까워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MBTI에 빠지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한 가지 다행인 건 MBTI에 우열이 없다는 점이다. 내향형인 사람이 외향형보다 콕 집어 나쁘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최근 공정성의 시대에 걸맞은 이런 특징도 MBTI의 인기 요인 중 하나인가 싶다. MBTI를 대체할 다음 화젯거리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나는 MBTI 유행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지만 MBTI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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