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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公기관 노동이사제 8월 시행, 개혁한다며 노조 입김 키우나

입력 2022-06-11 00:00업데이트 2022-06-1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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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어제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 국민연금공단 등 130개 공공기관은 8월 4일부터 노조가 추천하거나 노동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은 1명을 이사회에 참여시켜야 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였던 ‘노동의 경영 참여’가 윤석열 정부에서 현실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노동이사제가 시행되면 기업 경영권이 침해될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작년 말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법 개정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후보가 “패스트트랙을 통해 신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윤 대통령도 표를 의식해 당내 기류와 다른 결정을 한 것이다. 1월 법 개정 이후 이제는 시행 일정까지 정해진 것이다.

한국의 노동이사제는 독일 제도를 모델로 삼았지만 정작 독일에서는 경영이사회와 노조가 참여하는 감독이사회가 분리돼 있다. 단일 이사회인 한국과는 사정이 다른데도 선진 제도라며 법제화를 강행한 것이다.

이런 무리한 제도 도입으로 노사 관계의 무게중심이 노조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공공기관의 최우선 가치인 공익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공공 부문의 ‘철밥통’만 강화될 수 있다. 노동이사가 노조에 우호적인 인물을 경영진으로 선임하도록 압박할 소지도 있다. 이미 노조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기관이 적지 않은 마당에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노동이사제를 계기로 노조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커지면 정부의 공공개혁 작업은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의 공기업은 부채가 나랏빚의 60%에 육박하고 있다. 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제대로 못 갚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최고 수준의 복지와 임금으로 ‘신의 직장’이 된 지 오래다. 문제 많은 노동이사제가 이대로 시행되면 노조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방패막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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