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우주센터는 지금 6월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 준비로 뜨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3년에 걸쳐 준비한 우주발사체 기술 자립의 원대한 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작년 10월 처음 발사한 누리호는 온 국민의 가슴을 뛰게 했지만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의 클러스터링, 단 분리, 목표 궤도 도달을 위한 유도제어 기술 등 발사체 중요 기술을 확보했음을 확인했다. 실패 원인을 정확히 특정한 것 역시 큰 기술적 성과다. 발사체를 개발, 시험, 발사할 수 있는 설비를 모두 갖춰 앞으로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발사체 개발을 위한 인프라도 구축됐다.
누리호 발사에 최종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7번째로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보낼 수 있는 우주발사체 기술 보유국이 된다. 누리호 개발은 우주를 향한 우리의 여정과 경쟁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30∼40년 늦게 우주 개발에 나섰지만 단기간 내 놀랍게 성장해 현재 세계 8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런 성취에 안주할 수 없다. 글로벌 우주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우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공공수요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우주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고 주력하고 있다. 민간 우주여행이 시작되고,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가 재개됐으며, 화성 등 더 먼 우주를 향한 발걸음도 갈수록 분주하다.
우주는 더 이상 개척의 대상이 아니라 개발의 대상이 됐다. 환경오염과 에너지 고갈, 자원·식량 안보, 재난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우주 기술은 필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드러난 위성통신 및 위성영상 등 위성정보 활용은 우주 기술의 안보적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주 기술의 지속적 확보와 발전 없이는 안보도, 국민 안전과 편리한 생활도, 경제적 부흥도 어렵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는 대한민국 우주 개발사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일들이 펼쳐진다. 누리호 2차 발사에 이어 8월엔 대한민국 우주탐사의 서막을 올리는 달 궤도선 발사가 예정됐다. 달 탐사에 성공한 나라가 6개국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달 궤도선의 성공은 대한민국 우주 개발에 대한 국제적 위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영상레이더 위성 아리랑 6호와 초고해상도 광학 영상 위성 아리랑 7호도 대기하고 있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착수, 차세대 발사체 개발 등 우주 개발 역량을 한층 높이기 위한 사업도 시작된다.
새 정부가 이 시기를 과감히 살려 도전적인 국가 우주 정책을 선언하고 이를 전략적·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우주 전담 컨트롤타워 구축에 나선다면 우주 강국의 꿈은 머지않아 실현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주 개발 전문기관으로서 이 같은 국가 우주 사업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산학연의 도전적 우주 개발과 국내 우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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