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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CES 빛낸 韓기업 혁신, 규제가 발목 잡지 말아야[동아광장/이성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입력 2022-01-18 03:00업데이트 2022-01-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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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품, 혁신상 139개 수상 주목
상업화 위해선 제도적 지원 절실
새 정부, 과학비전과 실행전략 필요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1월 5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CES)가 열렸다. CES는 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 중 하나로, 첨단기술의 동향과 기업들의 미래 계획을 파악할 수 있는 장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예전의 절반 규모로 축소됐으나 그 속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혁신적인 기술들이 다수 선보였다.

특히 스페이스테크(SpaceTech), 푸드테크(FoodTech),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NFT)이 CES의 새로운 주제로 등장했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던 우주개발에 민간 기업들이 투자하며 우주여행이 성큼 다가온 시대, 바이오·인공지능·빅데이터 등 기술이 식품산업에 활용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식생활을 가능케 하는 시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가상공간에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 시대, 그런 시대가 오고 있다.

한국은 주최국인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수의 기업들이 참가했다. 그리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선도 기업들이 일부 불참한 상황이긴 하나 CES 혁신상 수상 제품 623개 중 한국 기업의 제품이 139개에 달할 정도로 우리 기술은 주목받았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메타버스(현실과 연결된 가상세계)와 모빌리티를 결합한 메타모빌리티의 개념을 제시했다. 미래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연결되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며, 자동차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의 미래모빌리티가 현실공간 내에서의 이동 외에도 가상공간으로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래모빌리티는 현실과 가상을 잇는 접점이 된다. 직장 동료들을 만나는 가상회의실, 실감 나는 3차원 게임공간, 가상 연예인을 만나는 콘서트장 등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 공간에 로봇기술과 디지털트윈기술(현실공간의 사물을 가상공간에 쌍둥이와 같이 구현하는 기술)이 결합되면 가상공간의 사용자가 현실공간의 로봇과 상호 작용하여 공장을 가동하거나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다. 미쓰비시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1975년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를 개발한 지 50여 년 만에 현대차는 모빌리티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혁신에는 점진적 혁신과 급진적 혁신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점진적 혁신은 연료소비효율을 높이는 것과 같이 ‘기존 기술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인 반면에 급진적 혁신은 가솔린 자동차에서 수소 자동차로의 전환과 같이 ‘기존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제시하는 것’이다. 급진적 혁신 아이디어가 주로 제시되는 곳이 CES인 만큼 그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빛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시한 기업들이 항상 그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아니다. CES에서 제시된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추가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산업 생태계 구성, 그리고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혁신의 한자는 가죽 혁(革)과 새로울 신(新)으로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짐승의 가죽에서 털을 다듬어 없애 완전히 다른 형태를 만드는 것처럼, 기존의 방식을 고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혁신이다. 따라서 혁신을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의 변화가 요구되며 기존의 제도와 규제를 변경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런데 2021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한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기술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의 우수성에 있어 평가 대상국 64개국 중 23위를 차지했다. 특히 세부항목 중 기술개발·적용의 지원이 45위, 지식재산권이 36위다. 이는 신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낡은 규제로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2019년부터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대상의 확대와 효율적인 운영 등의 요구가 있다.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 때문에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유망 스타트업 기업들이 없도록 창업 친화적인 제도로의 개선 또한 필요하다. 특히 CES에서 관찰된 혁신은 업종 간, 기업 간 영역 파괴가 그 특징이기에 기존의 전통적 표준산업분류 중심의 통계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감염병 위기로 탈세계화가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과학기술은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다. 차기 정부의 과학기술 중심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그 무엇보다 궁금한 이유이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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