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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금융공기업에 줄줄이 알박기, 이젠 눈치도 안 본다

입력 2022-01-17 00:00업데이트 2022-01-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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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가 70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투명한 인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아일보 DB
예금보험공사가 지난달 정치권 출신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주 금융 분야 경력이 없는 방위사업청 출신 인사를 상임이사에 임명했다. 각각 예금자 보호, 부실채권 정리가 주 업무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금융 공기업 요직에 임기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알박기 인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보 사외이사에 임명된 김정범 변호사는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후보로, 19대 총선에선 통합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임명된 박상진 상임이사, 선종문 사외이사가 재작년 총선 여당 예비후보, 재작년 임명된 이한규 감사는 여당 정책위 정책실장 출신이어서 예보 이사진 다수가 여당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원호준 캠코 상임이사는 방위사업청에서 오래 일한 드론 무기 개발 전문가인데 기업 부실채권 인수, 취약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총괄하는 본부장을 맡는다. 이 회사 노조가 “상식 밖 인사”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출신 알박기 인사는 작년부터 이미 본격화됐다. 작년 8월 천경득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금융결제원 상임감사, 김유임 전 여성가족비서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상임이사에 임명됐다. 9월엔 한국판 뉴딜펀드 운용 책임자에 관련 경험이 없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을 내정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접은 일도 있었다.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사장 자리에도 낙하산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임기 중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을 돌려 막기 식으로 기용해 온 현 정부는 막바지가 되자 아예 여론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제 식구 챙기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여파로 차기 정부가 지금 자리를 꿰찬 인사들을 중간에 바꾸기 어렵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다. “낙하산, 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임기 초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 알박기 인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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