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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국방이야기]해양 주권과 국익 지켜낼 안보역량 획기적 강화해야

입력 2021-12-28 03:00업데이트 2021-12-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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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의 항공모함, 일본 자위대의 헬기 탑재 호위함 등이 올해 10월 중국과 필리핀 사이 남중국해에서 합동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출처 미 해군 홈페이지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문구가 미국의 요구로 처음 명기됐다. 군 당국은 앞서 5월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포함된 선언적 내용을 재확인한 차원일 뿐이라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G2(미국과 중국)’ 해상 패권 경쟁의 영향권에서 한국이 예외일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대만해협은 중국의 대미(對美) ‘해상 마지노선’인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의 거의 정중앙에 있다. 유사시 중국이 미국의 해상 봉쇄망을 뚫고 서태평양에 진출하려면 대만해협의 완벽한 장악과 통제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대만해협의 지전략적 가치는 향후 중국의 역내 패권국 등극을 좌우할 결정적 요인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대만해협에 사활적 이익이 걸린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대만해협의 통제력 상실은 아태지역의 미군 최전선과 대중 견제망을 두 동강 내 인도태평양 전략에 치명타가 되는 동시에 역내 전략적 영향력이 소멸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물동량의 50%가 통과하는 남중국해의 내해화(內海化)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 이를 결사 저지하려는 미국의 각축전도 악화일로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그 격랑이 한반도로 밀어닥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로 중국의 ‘해양 굴기’는 우려를 넘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남중국해 인공섬의 군사기지 확장과 대만해협에서의 고강도 군사훈련 등 역내 바다를 ‘자국 안마당’으로 독점하겠다는 의도를 갈수록 노골화하는 형국이다. 그 여파가 머잖아 한국과 지척인 서해로까지 확장될 것이라는 예상은 기우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해군력 증강도 거침이 없다. 내년 2월에 최신 기술이 접목된 세 번째 항공모함의 진수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2030년경에는 중국 해군이 270여 척의 대형 전투함을 비롯해 총 420여 척의 함대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기가 되면 중국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제해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에 맞서 미국도 중국 견제를 위한 영국, 호주와의 3자 안보동맹체인 오커스(AUKUS)의 공조체제를 확고히 하는 한편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결정하고 일본 인도 등 동맹국과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일대에서 연합훈련을 강화하는 등 대중 압박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미국이 미일동맹을 대중 견제에 적극 활용하자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과 해군력 증강의 호기(好機)로 삼는 기류가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지난해 말 일본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 인근 섬에 신형 지대함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역내 영유권 마찰도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독도 영유권과 이어도 관할권을 둘러싼 한일, 한중 갈등도 향후 심각한 영토 분쟁으로 비화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 세계 해군력의 60% 이상이 집결된 한반도 주변 해역은 미중 해양 패권 대결과 영유권 분쟁의 ‘화약고’이자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해군력 증강 위주의 군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자국의 이익 관철에 여념이 없는 주변국의 민첩한 행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지하고, 국가적 사활이 걸린 해상 교통로도 지켜야 하는 한국에 해양 안보역량의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역내 안보협력 등 외교적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의 영해와 영유권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힘을 키우는 것이 그 첩경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차기 잠수함과 경항모, 차기 이지스함 등 해군의 전력 증강은 물론이고, 치밀한 해양 안보전략이 세심하게 수립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변 강국을 압도하진 못하더라도 유사시 해양 주권과 국익을 지켜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작업을 게을리 해선 안 될 것이다. 자국의 바다를 스스로 지킬 역량이 없는 국가는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한다. 임인년 새해가 한반도로 밀어닥칠 다양한 해양 안보위협에 대처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전기(轉機)가 되길 바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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