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정권 5년간 예산 50%, 빚 60% 증가… 與野 모두 공범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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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가 올해보다 8.9% 늘어난 607조7000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지난주 통과시켰다. 정부 제출 예산안보다 3조3000억 원 늘어난 ‘초팽창 예산’이다. 600조 원을 넘은 것도 사상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 400조5000억 원이던 예산은 5년 만에 51.7% 증가했다. 내년 한국의 국가채무는 5년 전 660조2000억 원에서 1064조4000억 원으로 61.2%(404조2000억 원) 늘었고 그 사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6%에서 50%로 급속히 증가해 국가 신용등급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국회가 정부의 씀씀이를 감시하도록 한 헌법 제54조 ‘예산안 심의·확정권’의 취지가 심하게 훼손됐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단기 알바만 양산하는 ‘관제 일자리 사업’, 효과가 의심되는 일부 ‘그린뉴딜 사업’ 등 감액이 필요한 낭비요인이 많았다. 그런데도 국회는 지출 규모를 더 늘렸다. 작년에 이어 국회가 2년 연속 예산을 늘리면서 예산안을 한 푼이라도 줄여 통과시키던 국회 관행은 완전히 무너졌다.

증액 과정과 내용은 더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후보의 요구에 따라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6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늘리는 데 필요한 예산 증액 등을 고집하다 여야 협상이 결렬되자 단독으로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였다. 여당의 예산 증액을 ‘매표 행위’라고 비판하던 국민의힘은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4000억 원 늘자 목소리를 낮추고 반대, 기권표를 던지는 데 그쳤다. 지역구 예산을 전리품으로 챙기고 물러난 모양새다. 그러면서 여야는 연구개발(R&D), 국방 예산을 깎았다. 반도체·배터리 산업에 국가 지원을 늘리는 선진국의 움직임, 급증하는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은 현금 퍼주기 요구, 지역구 이기주의 앞에서 무시됐다.

정부 여당은 가파른 예산 증액이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하지만 현 정부의 예산 포퓰리즘은 그 이전부터 중증이었다. 정부가 매년 예산 규모를 7.2∼9.5%씩 늘릴 때 여당은 선거용 예산을 더 요구했고, 야당은 브레이크를 걸기에 매번 실패했다. 5년간 이명박, 박근혜 두 정부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나랏빚이 쌓이는 데에 여야 모두 공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예산#문재인 정부#국가채무#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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