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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설

[사설]표만 되면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李 공약

입력 2021-12-02 00:00업데이트 2021-12-0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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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주요 공약, 정책에 대해 말을 바꾸고 있다. 지난달 말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려고 도입하겠다던 국토보유세 포기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에 앞서 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도 갑작스레 접었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 “실용적 면모”라고 자화자찬하지만 실은 표를 노리고 대중에 영합하는 공약을 내놨다가 반대 여론이 높아져 득표에 부담이 되자 판단을 뒤집은 측면이 강하다. 보름 전만 해도 이 후보는 “토지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볼까 봐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 했고, 재난지원금의 경우 이 후보가 철회하기 전날까지 여당 원내대표가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기획재정부를 압박했다.

반응이 나쁜 정책에 대해 정치인이 생각을 바꾸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문제는 말은 달라졌는데 공약을 진짜 포기한 건지, 불리한 여론을 의식해 잠시 발을 뺀 건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후보 경선을 하던 7월 초 이 후보는 당내 반대 의견을 의식해 “기본소득이 가장 중요한 제1공약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했지만 승리 후엔 다시 밀어붙이고 있다.

생각을 바꾼 이유가 석연치 않은 점도 의도를 의심케 한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철회하면서 이 후보는 “아쉽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고 정부도 난색을 표한다”고 했다. 국토보유세에 대해서는 “증세는 사실 국민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이 후보는 “국민 우롱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하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자영업자·소상공인 50조 지원’ 공약에 대해 갑자기 “저도 받겠다”고 동의하기도 했다.

출마 준비나 경선 단계에서 내놓은 공약이나 정책을 충분히 검토해 본 결과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큰 부작용이 예상돼서 수정하거나 바로잡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정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 정부 야당을 핑계 삼아 슬그머니 말과 태도를 바꾸는 건 대선 후보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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