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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결과 대신 과정을 구체적으로 칭찬하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1-11-17 03:00업데이트 2021-11-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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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칭찬, 어떻게 해야 하나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흔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누구나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칭찬을 들으면 좀 하기 싫었던 일도 흔쾌히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어른들도 이럴진대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에게 칭찬은 정말 좋다.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율성도 키워준다. 두뇌 발달에도 정서 발달에도 좋다. 칭찬은 많이 해주면 해줄수록 좋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칭찬의 방법은 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어떤 칭찬은, 안 하느니만 못한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기본은 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다. 과정 속에서 아이가 애쓴 부분을 찾아내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물론 결과물도 칭찬해야 한다. 다만 너무 결과물만 가지고 칭찬을 하면 결과가 좋지 못할 때는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이가 100점을 맞아 왔다. 이때 “이야∼ 우리 아들 멋지다!”라고 칭찬하는 것보다 “엄마는 네가 100점을 맞았다는 것이 참 기뻐. 그건 네가 실수를 안 하고 잘 풀었다는 얘기니까”라고 해주는 것이 더 좋다. “역시 우리 아들이야!” 하는 것보다 “점수가 정말 잘 나왔구나. 아빠가 보니까 너 이번에 정말 오래 앉아 있었어. 공부하는 양이 많던걸” 하고 칭찬해 주는 것이 더 좋다.

1만큼 칭찬받을 일을 했어도 100만큼 칭찬해줘도 된다. 하지만 무조건 “아유 예뻐” “너무 멋지다” “정말 착하네” “역시 최고야” 식으로는 칭찬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예쁜 옷을 입어서 예쁠 때는 예쁘다고 해도 된다. 친구가 힘들어할 때 도와준 것은 착하다고 해도 된다. 하지만 뭔가 성취를 잘해냈을 때조차 뭉뚱그려 그런 말로 칭찬하지는 말아야 한다. 100점을 맞지 않았다고 멋지지 않고 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고’라는 말도 나쁜 표현은 아니지만, 뭐 꼭 최고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부모는 그런 뜻이 아니었대도 아이는 오해할 수 있다. 잘못된 가치관이 생길 수도 있다. 칭찬을 할 때는 그 행위에 맞게 추상적이기보다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하다 말고 끝내던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은 아이가 밑그림에 색칠까지 모두 해냈다. 이때 “아유∼ 내 새끼 너무 이뻐!”라고 칭찬하는 것보다 “이야∼ 끝까지 잘∼ 했어!”라든지 “끝까지 해내는구나. 대견하다”라고 하는 것이 낫다.

그런데 누가 봐도 별로 잘하지 못한 상황, 이때도 칭찬을 해줘야 할까? 아이가 그림을 크레파스로 찍찍 아무렇게나 그려 놓았다. 부모 A는 “야, 너무 멋지다. 너무 잘했어”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칭찬한다. 부모 B는 “이게 뭐야? 그리려면 제대로 그려야지”라고 객관적으로 말한다. 칭찬을 성취물에만 집착하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아이는 부모의 칭찬으로 내면의 많은 기준들을 잡아간다. 이럴 때는 “오늘 그림 그리면서 재미있었어?” 아이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재밌게 놀았으면 되는 거야”라고 환하게 웃으면서 머리 쓰다듬어 주면 된다. 아이가 “나 좀 못 그린 것 같은데…” 하면 “너 나중에 화가 되고 싶어?”라고 묻고 아이가 아니라고 하면 “그럼 됐지 뭐. 이건 잘 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게 그려본 거야. 다음에 좀 더 마무리를 한다면 그것도 좋긴 하겠다” 정도로 충고해주면 된다.

어떤 부모들은 ‘칭찬을 너무 많이 해주면 아이가 오만해지지 않을까’ ‘칭찬 의존증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것이 좋은 것이고 어떤 것이 인정받을 만한 것인가에 대한 피드백이 없으면 아이는 내면의 기준을 못 만든다. 예를 들어 나름대로 옷을 차려입고 외출을 했다. 스타일리스트 친구가 “와 멋지게 입었네” 하면 ‘아 이 스타일이 나한테 어울리나 보구나’라는 기준이 생긴다. 수학 성적이 조금 올랐을 때 수학 선생님이 “너 지난번에 이렇게 저렇게 공부하더라. 그러면서 실력이 큰 거야” 하면 ‘아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기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초등학생까지는 칭찬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좀 더 자라면 꼭 칭찬을 위해서 그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칭찬들이 쌓여서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내지는 ‘나는 좀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생긴다. 그렇게 점점 칭찬이 아니어도 스스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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