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광영]음주운전자 떨게 하는 생활밀착형 불이익

신광영 사회부 차장 입력 2021-10-15 03:00수정 2021-10-15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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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사회부 차장
음주운전으로 처음 적발된 초범들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나면 대개 이런 질문을 해온다고 교통사고조사계 경찰관들은 말한다.

“혹시, 회사에 통보가 되나요?”

벌금이나 면허취소 처분보다 음주운전 사실이 회사에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선처를 부탁하며 반성문과 가족들 탄원서를 공손하게 내민다.

재범들은 다르다. 조사 내내 당당하다. 음주 위반자가 겪는 불이익이 감수할 만하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처음 걸리면 300만~500만 원, 그다음은 1000만 원 정도인 벌금은 내면 그만이다. 1, 2년 면허 없이 사는 것도 해보니 할 만하다. 큰 사고만 안 내면 3번까지는 걸려도 실형을 살지 않는다. 공무원이 아니면 회사에 통보되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조사실에서 경찰관에게 속내를 드러낼 정도로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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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님, 술 마시고 운전하면 핸들링이 확실히 ‘스무쓰’해요.”

음주운전을 한 사람 중 44%는 또다시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는다. 재범까지 걸리는 기간도 갈수록 줄어든다. 처음 적발된 후 두 번째 적발까지는 536일, 3회까지는 419일, 4회까지는 129일이 걸린다. 단속에 걸려본 경험이 오히려 음주운전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덜어주는 셈이다.

음주운전은 특이한 범죄다. 운전자가 죄를 짓고도 죄책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당장은 피해자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용케 안 걸리고 무사 귀가하면 완전 범죄로 끝난다. 설사 사람을 치더라도 과실범의 예우를 받는다.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운전하기로 마음먹은 것인데 법은 “살인이나 상해의 고의는 없었던 것 아니냐”며 관용을 베푼다.

재범자의 음주운전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치명상을 입힌 뒤에야 멈춘다. 최근 50대 치킨 배달부, 두 아이를 둔 30대 엄마, 알바 후 귀가하던 20대 여대생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모두 재범자였다. 음주운전이 자행될 때마다 잠재적 피해가 차곡차곡 쌓이는데 참사가 현실화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지금의 제도다.

음주 측정 거부 등 혐의로 12일 구속된 장제원 의원의 아들 래퍼 장용준 씨(활동명 노엘)는 2019년에도 서울 도심에서 시속 119km로 달리다 오토바이를 치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치를 크게 웃도는 0.129%였다. 그 와중에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고 도주했는데 피해자에게 3500만 원을 주고 합의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 정도 대가는 감당할 만했는지 그는 불과 1년여 만에 음주 측정 불응죄를 저질렀다. 장 씨 앞에 펼쳐진 ‘재범자의 길’을 보고 있노라면 이번에 구속된 것이 그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 음주운전을 하다 끔찍한 인명사고를 내기 전에 범죄 습관을 바로잡을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경찰서 조사실에서 음주운전자들이 보이는 태도에는 문제의 해법이 숨어 있다. 그들은 법정형만 거창한 관념적 처벌보다 피부로 와닿는 불이익에 예민하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지고, 오랫동안 운전을 못 하게 될까 봐 걱정한다. 상습범에 대해선 신상을 공개하는 호주나, 운전면허를 평생 박탈하는 노르웨이처럼 원인을 공략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생활밀착형 불이익이 집요하게 이어지는 것을 음주운전자들은 두려워한다.

신광영 사회부 차장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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