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허진석]소비자도 ‘착한 택배’ 고를 권리 있다

허진석 논설위원 입력 2021-10-01 03:00수정 2021-10-0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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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일으키고도 택배 기사들 여전히 배송
‘올바름’이 주요 가치인 시대, 새 방식 필요
허진석 논설위원
CJ택배 김포 장기대리점을 운영하던 마흔 살의 가장(家長)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는 유서에 자신을 괴롭힌 택배기사 12명 이름과 함께 ‘너희들로 인해 죽음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단 걸 잊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괴롭힘에 가담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사과를 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는 고인이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돈을 제때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생전 생활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공개하며 유족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 대리점에는 18명이 일했다. 많지 않은 인원이라 서로들 잘 알고 지냈다. 여가를 즐길 때 가족을 동반하기도 해 가족끼리도 알고 지내는 사이로 알려졌다. 그렇게 지내다가 택배노조에 가입한 기사들이 수수료 늘려 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욕설과 조롱, 태업, 업무방해 등으로 점장을 괴롭혔다. 노조원들이 배달하지 않은 물품을 배송하던 비노조원들도 괴롭혔다. 택배 개인사업자인 그들은 여전히 배송을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 개인사업자는 약 2만 명이다. 연평균 매출은 8500만 원가량이다. 차량 유지비용 등을 제하고 7000만 원가량을 버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배송과 판매자 상품을 수거하는 집하 모두로 돈을 번다. 집하는 한 번에 많은 물건을 회사 터미널로만 보내면 되는 일이라 투입 대비 수입이 좋은 일이다. 좋은 거래처를 확보하려고 접대도 한다. 집하 물량이 많으면 한 달에 2000만∼3000만 원을 벌기도 한다. CJ대한통운이 연간 배달하는 15억∼16억 개 물품 중 70%가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해 따 온 물량이다. 본사와 대리점장, 택배기사는 계약으로 엮여 있는 사업자들 집단인 셈이다.

택배노조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한참 지난 지난달 29일에야 종합혁신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는 폭언, 폭행, 집단적 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신체적 정신적 학대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일반 회사원이 이런 물의를 일으켰다면 바로 징계를 받고 업무에서 배제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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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이 범법 행위를 했다면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 택배만큼은 저런 사람들의 손을 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이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전부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올바름에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다. 바다 건너에서 오는 커피가 공정하게 생산된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시대다. 환경을 생각해 일부러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을 사 입는 ‘착한 소비’ 운동도 한창이다.

높아진 소비자 의식을 고려하면 택배 서비스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여러 택배 서비스가 제시돼야 한다. 소비자는 자기 집에 오는 택배기사의 평소 서비스와 언행 등을 고려해 선택할 것이다.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선택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비자가 선택권을 가지면 택배 서비스는 더 좋아질 공산이 크다. 아울러 이번 같은 일이 다시 생겼을 때 소비자는 자신의 의사를 즉시 표출할 수도 있게 된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소비자가 택배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넣는 논의가 시작되기를 고대한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cj택배#착한 택배#소비자 선택#올바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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