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언론징벌법’ 폭주 멈출 마지막 기회마저 걷어찰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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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징벌법’ 비판이 거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8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강행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어제 원내대표단과 미디어혁신특위, 관련 상임위원들이 참석한 연석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30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보를 떠나 대부분의 언론단체가 개정안 폐기를 촉구한 데 이어 여당 안에서도 강행 처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개정안은 현저하게 언론의 책임을 가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선 의원 7명이 공개적으로 개정안의 신중한 처리를 주문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법안을 강행 처리하라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신중론에 귀를 닫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개정안에 반대 의견도 수렴했다고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독소 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다. 언론 보도로 인한 손해액 배상을 5배까지 늘린 것은 보도에 재갈을 물리는 과도한 규제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허위·조작 보도의 ‘고의 또는 중과실’ 조항도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반적인 민사소송에선 입증 책임이 원고에게 있는데도 개정안은 피고인 언론사가 고의·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토록 하는 편파적 조항을 담고 있다. 이런데도 여당 의원들은 단독 진행한 법사위에서 문제점을 개선하기는커녕 독소 조항까지 끼워 넣는 등 개악(改惡)을 했다.

개정안이 일반인의 피해 구제를 위한다는 여당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언론중재위원회가 2019년 법원이 선고한 언론 관련 민사소송 236건을 분석한 결과 일반인의 소송 제기는 31.4%에 그쳤고 공직자나 기업, 단체가 제기한 소송 비율이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이 일반인 피해 구제보다는 권력층이나 힘 있는 기관의 비판보도 차단에 기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0일 개정안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야당을 향해 “평생 야당만 할 생각인가”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비판 언론을 위축시키면 집권 세력에 유리하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닌가.

여당은 30일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다시 한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입법 폭주를 멈출 마지막 기회를 걷어차선 안 될 것이다.
#언론징벌법#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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