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완준]“남측 때문에 광대놀음” 비난 북 내부에서 나온다는데

윤완준 정치부 차장 입력 2021-05-10 03:00수정 2021-05-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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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차장
2019년 초만 해도 평양 옥류관에 ‘문재인 냉면’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2018년 9월 그곳에서 먹으며 ‘평양냉면 맛의 극대치’라 했던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 했다. 이 냉면을 직접 맛본 중국인 학자 A 씨가 기자에게 전한 얘기다. “옥류관에서 파는 다른 냉면보다 양념이 더 들어갔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꽤 인기가 있었다는 것.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 간부들은 문 대통령을 “문 목사”라 부르고 “남측 때문에 광대놀음을 했다”고 비난한다. 9일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 전한 얘기다.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문 대통령을 믿고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섰지만 얻은 게 없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이 목사가 설교하듯이 말을 잘했지만 말대로 된 게 없다는 논리다. 지금 북한 간부들은 “남측이 민족끼리 문제를 풀기보다 핵 폐기처럼 미국 입장을 대변하는 행태만 계속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본다는 그들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북-미 협상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를 대하는 김정은 정권 내부 분위기는 잘 보여준다.

올해 초 남북은 별다른 소통이 없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대북정책에서 긴밀히 협의하는 게 남북대화 동력을 되찾을 힘이라고 했다. 미 대북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면 다시 대화 상대로 인정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당국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미국 대북정책에 한국 입장이 꽤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합의가 아니라 스몰딜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도 스몰딜을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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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조율이 남북대화의 힘”이라고 당국자들이 말해 온 만큼 21일 한미 정상회담 전에라도 정부가 남북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종전선언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하겠다며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처럼 다시 협상에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2018년 3월 우리 특사단에 미국과 대화 의사를 밝힐 때 김 위원장은 자신이 국면을 주도할 수 있다고 믿는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원칙적인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불확실하다.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대북정책에서 미국과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보지만 북한은 미국 눈치를 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마음이 바쁘다는 점을 파고들어 어떻게 해서든 한미 관계의 틈을 벌리려 할 수 있다. 그것이 현 정부의 딜레마가 될 것이다.

2018년처럼 ‘우리가 미국에 잘 얘기할 테니, 우리만 믿으라’는 방식은 다시 먹히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을 대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과 협상 방식이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전하고 현실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북한에 할 말은 해야 할 때가 됐다. 그러지 않고 낙관적으로만 접근했다가는 “문 목사”니 “광대놀음”이니 하는 말을 또 들어야 할지 모른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평양옥류관#문재인냉면#광대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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