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자현]코인에 매달리는 2030… 당국은 ‘훈계’만 할건가

김자현 경제부 기자 입력 2021-04-29 03:00수정 2021-04-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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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현 경제부 기자
같은 대학 출신인 대기업 입사 동기 A, B의 자산 격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4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동아일보의 ‘코로나가 할퀸 삶’ 시리즈에 사례로 소개된 30대 ‘닮은꼴’ 2명의 이야기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A, B의 자산 격차 그래프가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나 콘텐츠)’으로 떠올랐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친구 A보다 자산이 11억 원 뒤처졌던 B가 한 방에 자산 격차를 역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그래프를 만들었다. 4월 들어 10배 가까이 폭등했던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3월에 ‘풀 매수’한다면 가능하다는 거다.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이 밈은 가상화폐 시장에 청년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이유를 보여준다. 가상화폐를 영원히 끊긴 줄 알았던 부의 사다리에 다시 올라탈 수 있는 ‘막차 티켓’으로 여기는 셈이다.

실제로 동아일보 취재 결과 올해 가상화폐 시장에 새로 발을 들인 250만 명 중 63.5%는 2030세대였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게 위험하다는 건 청년들도 안다. 그런데도 이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몰려드는 건 그만큼 살아가는 현실이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업은 어렵고, 힘들게 취업에 성공해도 서울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투자자들의 희망과 달리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선 여전히 ‘디지털 금’이라는 시각과 ‘내재가치 없는 투기자산’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이미 가상화폐 시장 곳곳에선 경고음을 내고 있다. 30분 만에 가격이 10만 % 급등했다가 폭락하고, 계좌 1곳당 월 매매 횟수가 125차례로 주식의 5배 수준이다. 투자보다는 도박에 가까운 과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산의 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젖어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걱정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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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당국은 가상화폐 투자를 ‘잘못된 길’로 규정하고 훈계와 탁상공론만 반복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이 훈계를 못 해서 가상화폐 상장(ICO·가상화폐공개) 단계부터 관리 감독에 나선 건 아닐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자는 올해 511만 명으로 불어났다. 이 정도 인원이 다니는 길을 ‘잘못된 길’이라고 외면해선 안 된다. 무법 질주하는 시세 조작 세력 등을 차단하고 투자자들을 안전한 길로 안내할 횡단보도나 신호등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훈계는 그러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김자현 경제부 기자 zion37@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가상화폐#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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