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한국 정부도 사활 걸고 지원 나서라

동아일보 입력 2021-04-06 00:00수정 2021-04-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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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에서 미국 측이 중대 안보 사안으로 반도체 공급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중국 측이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한국이 협력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세계 1, 2위 패권국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향해 “우리 편에 줄 서라”고 노골적으로 주문한 것이다.

세계 반도체의 72%는 한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인텔 퀄컴 등이 미국 기업이지만 미국 안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13%에 불과하다. 바이든 미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500억 달러(약 56조4000억 원) 지원을 약속하고,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시작했어도 생산까진 4, 5년이 걸린다. 그사이 한국, 대만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이 절실한 것이다.

미국의 움직임이 중국엔 자신을 겨눈 비수와 같다. 중국은 반도체에 매년 수십조 원을 쏟아붓지만 자급률은 16%이고 기술력도 한계가 있다. 미국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면 지난달 양회에서 공표한 ‘8대 정보기술(IT) 신산업 육성’ 목표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

한국 수출의 20%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초유의 국제 정치 리스크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정부와 보조를 맞춰 공세에 나선 해외 경쟁 업체들을 상대해야 한다. 미국은 반도체 투자 규모의 최대 40%를 세금에서 깎아주고, 유럽연합(EU)은 투자의 20∼40%를 보조금으로 돌려주고 있다. 중국 보조금 규모는 공개조차 안 된다. 반면 한국 기업은 핸디캡을 지고 경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년간 지출한 법인세 비중은 세전 순이익의 27.3%, SK하이닉스는 23.7%로 대만 TSMC(11.4%), 미국 인텔(16.7%)보다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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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총력전으로 번진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은 조금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선두인 메모리반도체에선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시스템반도체는 갈 길이 멀다. 강대국 요구에 부응해야 하지만 주문대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다간 국내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경쟁력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과 적극적 소통을 통해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 대등한 조건으로 나설 수 있도록 투자세액 공제 확대, 파격적 규제 완화, 통상외교 강화 같은 실질적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반도체#한국 정부#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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