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건강하게… 반려동물과의 생활[이즈미의 한국 블로그]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입력 2021-03-26 03:00수정 2021-03-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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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지난해 6월, 18살 암고양이 나나가 세상을 떠났다. 17년간 기쁨과 슬픔을 함께했던 소중한 가족과의 이별은 가슴 아팠지만 세련되고 친절한 장례식장 덕에 많은 위로가 됐다. 동시에 한국 반려동물 산업의 질적 성숙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찾은 경기 광주 소재의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입구부터 남달랐다. 검은색 정장의 직원이 정중히 맞아줬고, 나나를 ‘아기’라고 부르며 정성스레 다뤄줬다. 파스텔톤 꽃으로 장식하는 모습을 보며 슬픔은 서서히 사라지고 감사의 마음이 우러났다. “고마워. 나나” 식장에 흐르는 일본 영화 ‘굿바이’의 주제곡이 엄숙한 분위기와 잘 어울려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됐다.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로 반려동물들의 처지에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 등의 증가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이 증가했지만, 실제로 키워 보니 힘이 들어 유기하는 경우도 꽤 늘었다고 한다. 또 코로나가 끝나면 해외여행 등의 증가가 예상되어 반려동물 전용 호텔이나 돌봄 대행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또 한편으론 유기되는 동물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번 코로나를 계기로 반려동물 산업을 되돌아보고 궤도 수정을 해야 할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다.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미국 버지니아대 의학부 샌드라 베이커 교수에 의하면 반려동물은 불안과 걱정, 고독으로부터 치유될 수 있는 효과가 크며, 양육하면서 책임의식이 고양된다. 또 자녀들의 자존감이나 애정, 책임감 등 교육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사는 것에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맞춰 밥을 주고, 화장실을 청소해야 하며 냄새도 나고 털도 묻는다. 집을 오래 비우는 것도 쉽지 않아 여행을 가기도 어렵다. 반려동물들이 다치거나 아프기도 하며 그때마다 적잖은 돈이 든다. 그만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따르는 것이다.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을 만큼 근래 들어 한국의 반려동물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반려견이 598만 마리, 반려묘가 258만 마리로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약 591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경인여대 펫토탈케어과 허제강 교수에 따르면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 명에 이르러 그 시장 규모는 5조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한다. 국내 커피 산업 시장 규모가 2019년 기준 6조8000억 원인 것에 비교해 본다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얼마 전 펫페어에 다녀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온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곳에 진열된 다양한 용품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비교하며 구입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바야흐로 요즘 반려동물에 대한 트렌드는 ‘반려동물의 인간화, 가족화, 다양화, 건강 지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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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올해 8월 말부터 반려동물 산업에 전문적인 자격증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동물보건사 제도 도입’과 ‘전자처방전 의무화’가 포함된 ‘수의사법’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대학에 반려동물 관련 학과도 많이 생겼다. 반려동물 산업에 전문 지식과 기술을 지닌 인재가 투입됨으로써 앞으로 질적 향상이 기대된다.

올해 2월 불이와 루도라는 아기 수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 집을 찾아와 새 식구가 됐다. 장난이 심해 밥을 먹다가도 운동회를 시작하는 등 정신이 없지만 먹고, 자고, 뛰어노는 모습에 화를 내다가도 집 안에 웃음이 가득해진다. 앞으로 이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길 기대하고 있다.

동물은 인간의 장난감도 장식품도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반려자다. 새로 입양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지식을 배우고 끝까지 책임져야 할 것이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 강아지는 14년 정도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들도 뚜렷한 직업의식과 사명감을 잊지 않고 지녔으면 한다. 우리에게 나나와의 행복한 이별을 마련해준 그곳에서처럼.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반려동물#생활#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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