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全 공직자 재산등록 검토”… 展示용 과잉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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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어제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는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향후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여당이 투기 방지책으로 전 공직자 재산등록을 들고나온 것이다. 하지만 투기 실체도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른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자칫 모든 공직자를 잠재적 투기세력으로 모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김 직무대행은 재산등록 대상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를 지목했다. 약 150만 명을 웃돈다. 공립학교 교사와 국공립 병원 의료진이 여기에 포함된다. 각종 재단 협회 공단 등 360개 공공기관 임직원도 공직자다. 예술의전당이나 세계김치연구소 등 개발 정보와는 거리가 먼 문화·예술·학술 분야에서 일해도 공직자로 분류된다. 이들이 LH 투기 사태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기존 공직자 재산등록제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적용하면 공직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재산까지 등록 대상에 포함된다. 공직자 150만 명을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하면 무려 600만 명의 재산 변동을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 행정력 낭비가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김 직무대행은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 시 사전 신고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직에 있다는 이유로 집 한 채 사고팔 때마다 미리 국가에 신고해야 할 상황이다. 공직자 재산등록의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해당 공직자는 감시받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번거로운 재산등록제를 하더라도 차명 거래를 가려낼 수가 없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어제 수도권 9곳에 대한 2차 조사 결과 23명의 투기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1차 조사와 마찬가지로 차명 거래는 손도 대지 못한 결과다. 정부는 지지부진한 투기 조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실체를 명확히 밝힌 다음 투기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빈틈없는 대책을 짜야 한다.
#김태년#더불어민주당#재산등록#과잉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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