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제2평창’ 구상, 징용·위안부 해결 없이는 空論 그칠 것

동아일보 입력 2021-03-02 00:00수정 2021-03-02 10:2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이라며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한일 양국의 과거사와 미래 협력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투트랙’ 외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미래 협력 강화에 더욱 방점을 찍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1절 기념사 등에서는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사과나 친일 잔재 청산을 강조했지만 이번엔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관계 복원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넉 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미일 간 대화를 제안한 것은 이번 올림픽을 ‘제2의 평창 올림픽’으로 만들자는 제안으로 보인다.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는 위안부, 북핵 등 현안을 풀기 위한 물꼬를 이번에 뚫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일본을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낸 것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과 무관치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경색된 한일 관계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하고, 대북 정책 마련에 있어서도 한미일 삼각동맹의 강화를 우선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 또한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남북보다 한일 복원이 우선”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 관계가 꽉 막혀 있는 상태에서 ‘제2의 평창’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 등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한 것은 이제라도 한일 간에 외교적 접점을 마련해 보자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라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정부와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의 현금화를 앞둔 상황에서 “대화가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이런 만큼 일본 정부도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일 관계가 악순환을 거듭한다면 그 피해는 양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양국 정부가 잊어서는 안 된다.
관련기사

#문재인#제2평창#징용#위안부 해결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