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민주당, ‘경제도약’ 신년 약속 어디에[오늘과 내일/길진균]

길진균 정치부장 입력 2021-02-09 03:00수정 2021-02-09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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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원전, 판사 탄핵 논란 터지자 확 바뀐 與
희망고문과 지지층 심기경호에 지친 민심
길진균 정치부장
“기업들을 도우며 경제를 새로 도약시키겠습니다. 새해는 ‘회복’과 출발’의 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를 넘어 더 큰 도약을 시작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신년사는 미래를 주시했다. ‘공정’과 ‘개혁’을 강조했던 과거와 달랐다. ‘기업’과 ‘경제’를 앞세웠다. 여권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경제·사회 분야에서 나름의 입법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기업을 도와 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2월 국회를 앞두고 곳곳에서 “기업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규제 혁신을 해 나가겠다” “2월 임시국회에서 규제 혁신 입법을 대거 처리하겠다”며 친기업 행보를 예고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새해 통화에서 “올해는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적극 반영해 규제를 풀어 나가겠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한 달여 만에 확 바뀐 모습이다. 2월 임시국회가 본격 활동을 시작한 3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는 지난해 12월 정기국회 한복판을 떠올리게 했다. 야당과 재계의 반발 속에 ‘경제 3법’과 노동조합법 등을 밀어붙였을 때의 그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개혁 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후속 입법과 검찰 조직문화 혁신이 이어져야 한다”며 다시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재벌 대기업에 대한 부동산 과세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반(反)기업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었다.

다분히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한 행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불거진 북한에 원전 제공 의혹, 판사 탄핵소추 후폭풍과 하락하는 민주당 지지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금은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할 때’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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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당초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보수의 분열, 어쩌면 남북 이벤트까지 더해져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남북 이벤트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이고,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의 일대일 대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세 속에 여권엔 악재만 쌓이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말한다. “촛불로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위태위태하다. 여유가 없다.” 위기감이 커질수록 민주당이 믿을 곳은 친문(친문재인) 지지층밖에 없다. 그래서 지지층이 좋아할 만한 정책과 발언들을 쏟아낸다. 일단 58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에 ‘다걸기(올인)’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을 향해 진영 감정이냐, 경제 도약이냐 또는 국민 통합이냐를 따지는 것은 이미 사치인 듯하다. 어느덧 4월 선거는 대선만큼 판이 커져 버렸다. 여권은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정권 연장의 길을 열어줄 마지막 승부처로 보고 총력전을 각오한 모습이다. 당내에서조차 상당한 반대 의견이 있었던 판사 탄핵 표결은 소추안을 공동 발의한 범여권 의원 161명을 훌쩍 뛰어넘는 179명의 찬성이라는 의외의 결과로 이어졌다. 범여권 전체가 똘똘 뭉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4월 선거가 끝일까. 올해는 정치의 해다. 2022년 3월 9일 예정된 차기 대선을 앞두고 1년 내내 여야의 사활을 건 공방이 이어진다. 순간순간 각 당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경제 도약을 공언하고, 상황이 어렵다고 언제 그랬냐는 듯 지지층 심기 경호에만 집중하는 집권여당이 신뢰받을 수 있을까. 오락가락하는 민주당의 희망고문에 자영업자와 기업, 민심은 이미 지쳐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말 그대로 전초전일 뿐이다.

길진균 정치부장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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