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前 대통령 사면 “사면은 정치”에 해법[광화문에서/최우열]

최우열 정치부 차장 입력 2021-01-20 03:00수정 2021-01-20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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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 정치부 차장
정치권을 연초부터 달구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방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친박(친박근혜)·친이(친이명박)계는 “정치 쇼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사면 논의 자체가 통합이 아닌 대립과 반목의 소재가 돼버린 듯하다. 하지만 사면은 고도의 정치 영역에 있다는 점을 당사자들이 제대로 인식한다면 해법을 찾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애초부터 해결의 실마리는 있었다. 문 대통령은 사면을 언급하면서 ‘국민 공감대 형성’을 강조했다. 19일엔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면의)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두 분이나 옥에 있는 이 상황 자체가 분명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등 전날 문 대통령의 발언과 조금은 온도 차가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반성과 사과’라는 조건을 꺼낸 것도 ‘악재’만은 아니다. 모두 사면 논란을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의 발언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 이·박 전 대통령 본인들이 결정했던 여러 정치인과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도 각계의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와중에 끊임없는 설득과 소통의 과정에서 단행된 경우가 많았다.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 핵심 관계자는 “사면의 수혜자나 그 대리인이 사면이 됐을 경우 국민들에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적극 설명하는 것도 물밑에선 이뤄지는 일”이라며 “사면은 곧 정치다”라고 말했다.

당하는 쪽에선 정치 보복이라고 보는 두 전직 대통령 사건을 다른 과거의 사면 사례들과 일률적으로 빗대 비교할 순 없다. 다만 사면의 일반 정치적 메커니즘도 참고할 필요는 있다. 물론 여권이 대놓고 ‘반성론’을 띄운 뒤 여론을 보며 정치적 유불리를 셈하는 것으로 여겨져 기분 나쁠 순 있다. 그런 점에서 전직 대통령 측근들이 “사과는 일고의 고려 가치가 없다. 전직 대통령을 우롱하는 일이다”라며 투쟁의 자세로 사면 논의에 임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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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면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앞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국가의 원로로서 국정 경험을 나누고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얼마든지 국민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헌법학 교과서는 대통령 사면권 행사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법적 정의와 합목적성 사이의 조화를 든다. 사면에도 조정과 조화라는 정치의 기본 원리가 작동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여권은 고정된 잣대만을 고집할 것도 아니고, 두 전직 대통령 역시 자존심만 세울 일도 아니다. 사면을 ‘모 아니면 도’의 전쟁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 과정으로 보면 답이 보일 수 있다. 오바마·클린턴·부시 전 미국 대통령들이 함께 골프를 치며 국정 경험을 공유하는 장면이 부럽지 않은 날을 기대해본다.

최우열 정치부 차장 dnsp@donga.com
#정치권#연초#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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