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한 해를 보낸 이들에게[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입력 2020-12-26 03:00수정 2020-12-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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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닉 케이브 ‘Into My Arms’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모든 팝 스타의 인기가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롤링스톤스 같은 밴드가 대표적일 것이다. 비틀스의 시대를 함께 살며 비틀스에 비견될 만큼 많은 인기를 얻었고, 무엇보다 아직 현재 진행형인 이 밴드는 공연 수익으로 따지면 여전히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명성과 위상과 인기를 함께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만은 예외다. 한국에서 롤링스톤스는 그저 유명한 걸로 유명한 밴드일 뿐이고, 그런 국내와 해외의 온도 차 때문에 내한공연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닉 케이브 역시 국내와 해외의 온도 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아티스트다. 지금 닉 케이브란 이름을 보고 생소함을 느끼는 이들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호주 출신인 닉 케이브는 자신의 밴드 ‘배드 시즈(나쁜 종자들)’와 함께 해외의 각종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서고 모국에서 훈장도 받을 만큼 위상이 높지만, 한국에선 중형 공연장도 다 채우기 어려울 만큼 인지도가 낮다.

이는 그의 음악 때문이기도 하다. 활동 초기 펑크와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급진적인 음악을 들려줬던 그에겐 늘 ‘광기’란 말이 따라다녔다. 때론 소음처럼 들리기도 하는 그의 음악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목록에 오를 일은 없었다. 이런 그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음악 스타일이 바뀌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탕자처럼 발라드의 비중이 늘었고 낮은 목소리로 무드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그 발라드마저 범상치 않아 불혹의 나이에 발표한 앨범 제목은 ‘살인 발라드(Murder Ballads)’였다. 평자들은 그의 발라드에 ‘핏빛 선명한 아름다움’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쉽게 친해지긴 어려운 발라드였다.

그런 그의 발라드 가운데 그나마 가장 친숙한 음악은 ‘Into My Arms’일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 삽입돼 낭만을 듬뿍 전해줬던 이 노래는 내 품 안으로 오길 바라는 대상에게 바치는 절절한 연가다. 이 노래를 닉 케이브는 올 6월 영국 런던의 한 궁전에서 다시 불렀다. 알렉산드라 팰리스에서 닉 케이브는 피아노 한 대와 함께 중앙에 앉았다. 관객은 한 명도 없었다. 8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피아노를 치며 부른 22곡의 노래는 ‘Idiot Prayer’란 제목의 앨범과 영상으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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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iot Prayer’는 코로나19로 인해 만들어진 앨범이다. 지난해 17번째 앨범을 발표했던 그는 예정대로라면 올해 월드 투어를 돌아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이 중단되자 그는 피아노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공간을 채우는 선택을 했다. 닉 케이브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긴 어렵겠지만 ‘바보 기도(Idiot Prayer)’라 지은 앨범 제목에서 그 뜻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2017년 사고로 아들을 잃기도 했던 그는 코로나19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과 힘겹게 한 해를 보낸 세상을 위해 노래로 기도한다. ‘Into My Arms’는 그래서 더 절절하게 들린다. 단순한 연가가 아니라 세상 모두를 향한 위로이자 기도이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닉 케이브#into my a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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