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절뚝일지라도[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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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알퍼 작가·칼럼니스트
팀 알퍼 작가·칼럼니스트
“우리가 날아서 갈 수 없는 곳이라면, 절뚝거리면서라도 반드시 가야 한다.”

―지크문트 프로이트 ‘쾌락 원리 너머’ 중

사실 이 문장을 쓴 사람은 18세기 독일의 시인이자 언어학자였던 프리드리히 뤼케르트다.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였던 11세기로부터 전해 오는 이슬람의 민간 설화집의 한 부분을 프로이트가 인용한 것이다,

프로이트는 심리학자였지만 그의 저서에는 문학, 인류학 그리고 신학에 대한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일생부터 히브리 성서, 셰익스피어의 햄릿 그리고 공포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를 자신의 이론과 연결시켰다. 어쩌면 이 문장은 과학의 힘이 종종 우리에게 날개를 달아주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류는 어떤 장애물이라도 결국에는 반드시 극복해낸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증명해왔다. 비록 목표를 향해 힘겹게 절뚝거리며 다가갔을지언정, 인류는 가장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결승점을 넘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시련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질병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이는 백신을 찾아 헤매고 있다. 최후의 항복을 받아내기 전까지 이 작은 괴물은 앞으로도 수백만 명의 목숨을 빼앗아가고 수년간 세계 경제를 불황에 빠뜨릴 것이다. 우리는 과학자들이 이 가혹한 시련을 끝낼 날개를 인류에게 달아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몇 번의 시도는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힘이 없어 보인다. 인간이 수많은 종류의 백신을 개발하며 발버둥을 쳐도, 이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에게 깊숙이 꽂은 강철 발톱을 거두어내기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옛 시인들의 문구에서 용기와 영감을 얻으며 조바심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 행보의 끝 어디엔가는 인류 모두가 갈망하는 결승선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절뚝임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팀 알퍼 작가·칼럼니스트


#독일#시인#언어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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