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오늘과 내일/하임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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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도우미 삼성전자 김종호 사장
“회사가 초일류 되며 나도 성장한 경험 나눠야”

하임숙 산업1부장
하임숙 산업1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 조류 부화기 업체 오토일렉스, 마스크 제조업체 화진산업. 업종도 규모도 제각각인 이들 회사의 공통점이 있다. 삼성전자의 ‘특별과외’를 받은 우등생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제조업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해주는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2017년까지 3년간 1086개사를 지원했고 2018년부터는 매년 500개사를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공장 지원이라는 게 단순히 중소기업 제조방식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은 아니다. 제품을 더 완벽하게 만들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태거나 꼭 필요한데 없는 부품을 만들어주는 것, 다시 말해 도움이 없었다면 안 됐을 사업을 되게 만드는 일까지 포함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매출액이 737억 원이었으나 올해는 조 단위가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작년만 해도 혈당 등 체외진단사업을 주로 했던 이 회사가 올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진단키트를 만들 때 핵심 부품이 작은 유리관인데, 이는 전량 독일에서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가 제품을 개발하려던 때 세계적으로 진단키트가 부족해지면서 독일 수입길이 막혔다. 삼성전자는 수만 개의 협력업체 중 유리관을 만들 수 있는 업체를 찾아내 금형을 만들어준 뒤 이를 본떠 유리관을 대량 공급하도록 연결했다.

오토일렉스는 원래 자동차 부품회사였다가 조류 부화기 사업으로 업종전환을 한 곳이다. 코로나로 집에서 조류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곳도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공장 효율화를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도 이 회사가 마지막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부화기 내 알 부화율의 차이였다. 부화기 바깥쪽에 있는 알은 가운데에 있는 알보다 부화가 안 되는 경우가 잦았던 것이다. 이때 삼성전자는 ‘한국형 지형에 강한 애니콜’을 만들었던 기술진을 이 회사에 투입했다. 특정 지역 안에서도 갑자기 휴대전화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전파를 더 촘촘히 수신하도록 휴대전화에 장비를 설치해 해결했던 기술진이다. 부화기도 열을 촘촘히 쏘아주는 방식으로 해결됐다.

한때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마스크 대란’ 당시에 화진산업은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고 싶어도 중국에서 수입하던 필터를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중국은 당시 마스크 필터, 마스크 완제품, 마스크 제조 기계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기껏 제조한 마스크도 끈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삼성전자는 기저귀 소재를 만들던 도레이첨단소재에는 마스크 필터 생산을 요청하고, 프레스 기계의 마모로 발생한 마스크 끈 불량은 협력업체들에 프레스 기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해결했다.

이 모든 일은 김종호 스마트공장 지원센터장(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삼성전자 내부의 평이다. 김 센터장은 오토일렉스 사장의 하소연을 듣다가 애니콜 사례가 번뜩 떠올라 ‘무언가 촘촘히 해주면 해결되겠다’고 생각했다. 도레이첨단소재 이영관 회장에게는 직접 부탁했다.

“그저 대학을 졸업해서 회사를 다녔을 뿐인데 회사가 초일류가 되니까 나도 같이 성장했다. 그간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이 탄탄해졌고, 전 세계 업종 불문 안 가본 공장이 없다. 그 경험을 이제 중소기업을 위해 돌려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삼성전자 본업에서 빠져 스마트공장 지원센터로 배치돼 자칫 ‘내 커리어는 끝났구나’ 하며 낙담했을 200여 명의 센터 직원에게 김 센터장이 한 말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나 유통산업발전법이 굳이 없어도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
#코로나19#삼성전자#제조업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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