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 침묵하는 북한의 고민[오늘과 내일/신석호]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입력 2020-11-20 03:00수정 2020-11-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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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 행정부도 북한 CVID 추구할 것
핵 들고 버티려는 김정은의 선택은 무얼까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전망과 제언이 쏟아지고 있다. 가히 ‘백가쟁명’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처럼 바이든 당선인과의 대화와 담판을 통한 ‘톱다운(Top-Down)’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트럼프처럼 연애편지도 주고받으며 싱가포르와 하노이, 판문점 같은 곳으로 불러내 만나주기를 바란다는 가정이다.

과연 그럴까? 트럼프의 하노이 노딜(No Deal)이 김정은의 정치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60시간이 넘게 열차를 타고 하노이로 가 트럼프를 만난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과 대북제재의 대부분을 맞바꾸는 ‘북한식 계산법’을 들이댔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최고지도자의 권위 실추와 이에 따른 내부 분란을 잠재우는 데 지금도 노심초사하는 상태다. 프로이센의 전쟁 철학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에 따르면 트럼프는 알고 했건 아니건 ‘수령의 권위’라는 북한 체제의 가장 민감한 ‘힘의 중심부(the Center of Gravity)’를 건드린 것이다. 후대 역사가들은 그것을 트럼프 대북정책의 최대 업적으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초유의 외교참사를 통해 김정은이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미국의 국가이익 앞에 공화당과 민주당, 대통령 개인의 스타일이 무차별하다는 점일 것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공화당인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태어나 민주당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 내내 유지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계승되었다. 요컨대 미국은 북한에 한 줌의 핵무력이 남아있는 한 제재를 해제해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북한이 이렇다 할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는 것은 이를 놓고 깊어지는 고민의 증거로 보인다.

포인트는 바이든표 대북정책이 그가 부통령을 지낸 오바마 행정부 8년의 ‘전략적 인내’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지, 트럼프 시대와의 단절성이 클지 연속성이 클지에 있다. 우선 대북정책의 우선순위가 문제다. 오바마는 러시아와 이란, 이슬람국가(IS) 문제에 집중하면서 대북정책은 사실상 뒷전이었다. 트럼프는 임기 초반부터 대북정책에 매달렸다. 오바마는 트럼프와 달리 실무협상을 우선시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이었다. 대북정책의 목표도 달랐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한민국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법으로 봤다.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에 협상의 주제를 국한했다. 오바마는 인권문제를 강조했지만 트럼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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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는 것처럼 오바마 행정부 당시와 지금은 상황에 많은 변화가 있다.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과 미국 경제위기 이후 양국의 패권 경쟁이 시작되었지만 오바마 행정부 8년은 경쟁과 협력의 공존기였다. 트럼프 시대에 경쟁이 격화되었고 지금은 거의 적대관계에 이르렀다. 북한의 핵능력도 비약적으로 강화되었다. 핵과 미사일 능력 면에서 바이든에게 지금 북한은 부통령 시절의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모든 것을 고려한 뒤 바이든이 어떤 수를 집어 들까. 1993년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이후의 역사는 단절적이기보다는 경로의존적이고 행위자의 의지와 우발적인 사건이 뒤엉켜 진화해왔다. 미국의 CVID 목표뿐 아니라 핵을 들고 버틸 때까지 버텨 국제사회에서 사실상의 핵국가로 인정받자는 북한의 정치적 의지도 변하기 힘들다. 북한은 바이든이 어떨 것인지에 대한 전망과 함께 스스로 어떻게 행동해 전략적 우위를 점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더 고민할 수도, 결과를 조만간 드러낼 수도 있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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